-
-
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 - 삼성은 번영하는데 왜 한국 경제는 어려워지는가
미쓰하시 다카아키 지음, 오시연 옮김 / 티즈맵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저자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와 IMF 구제금융을 받는 과정에서 일본식 자본주의에서 미국식 자본주의로 바뀌면서 생긴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란 ‘정치력과 시장독점으로 인해 기업의 수익이 확대되고 있는’ 상태를, 일본식 자본주의란 ‘시장이 과당경쟁이어서 기업 수익이 확대되기 어려운’ 상태를 의미한다. 즉 미국식 자본주의에서는 특정 산업에 소수의 기업을 집중 지원하여 시장 독점이 가능하게 하는데, 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경영자와 주주들의 배만 불리고 정부나 국민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는 반면 일본식 자본주의에서는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해 소비자인 국민 입장에서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내수시장이 강한 일본의 경우가 동일한 조건으로 비교되기는 어렵지만 IMF 이후 삼성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이 어떤 폐해를 낳고 있는가 하는 점을 분석한 부분은 공감하는 바가 크다. 빚을 빚으로 해결하는 미국식 자본주의 해법이 당장은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나 시간이 갈수록 머리 좋은 거대자본은 그것을 자신의 부로 축적하는 악마 같은 마법을 부리지만 그 마법이 서툰 대다수 국민들은 채무에 허리가 휘어간다. 양극화가 계속 심해지는 것이다.
삼성 같은 대기업들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체제 속에서 조금이라도 여유를 부릴 수 없는 입장이라 하면서 중소기업과 풍요로움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일이나 국민들에게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까지 신경을 쓸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뿌리를 썩게 만드는 자살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삼성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한국이 아니라 세계에 두고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은 한국과 미국, 일본의 경제적 상황과 문제점, 일본식 자본주의를 근거로 한 저자 나름의 대안을 언급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자국 소비자를 필요 이상으로 홀대하는 한국 대기업들의 횡포 속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자본주의의 길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