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더 - 샌프란시스코에서 밴쿠버 섬까지 장인 목수들이 지은 집을 찾아다니다 로이드 칸의 셸터 시리즈 3
로이드 칸 지음, 이한중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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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손으로 직접 무엇이든 척척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무척 동경하는 편이다. 어딘가에 의존하기보다 주어진 삶을 독립적으로 운영해가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특징이 손재주에 있지 않나 싶다. 그런데 그 재주가 일상용품의 수준을 넘어 자신의 집까지 스스로 짓는 수준에 이른 사람들은 정말 어떤 의미에서는 도가 튼 사람들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처럼 뭔가를 스스로 만들기보다는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제품, 아파트와 같은 천편일률적인 주택 형태는 사람들을 점점 획일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때 DIY가 굉장히 유행을 했던 적도 있었고 지금도 꾸준히 삶의 방식을 자기주도적으로 가져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틀에 박힌 사람들의 주거생활양식은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이 책 ‘빌더’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소개된 주인공들이 전부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다.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여유로움과 자부심, 행복감이 그들의 얼굴과 그들의 작품들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도시의 직선적인 건물 형태들에서 느낄 수 있는 위압감과 답답함, 경직과 대비되는 곡선의 아름다움과 안정성, 편안함이 모든 빌더들이 지은 집들의 공통적인 특징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지은 집에서는 예술성을 느낄 수 있다. 인위적이고 억지 의미를 갖다 붙인 예술이 아닌 자연과의 조화, 나아가 일체감까지 느낄 수 있는 영성이 느껴지는 예술성이다. 집을 짓는 재료는 주로 목재이다. 지속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재료로서 고유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지은 집들은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살아 있는 생명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듯하다. 해변에 떠다니는 유목이나 버려진 폐기물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빌더들의 모습을 보면서 창조와 생명, 행복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땅콩집이라 하여 한 필지에 두 가구를 나란히 세우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듀플렉스 홈 건축을 시도한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를 본 적이 있다. 투자 대상으로, 혹은 편리성을 극대로 한 주거 양식인 아파트에 지쳐 있는 시대의 반작용으로 보기도 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분석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자연친화적이고 마음껏 뛰놀고 소리 지를 수 있는 땅콩집에 살면서 얼굴이 보다 환해지고 건강해진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집 문화가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훈데르트바서를 연상시키는, 이처럼 보다 인간적이고 생명을 존중하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사상이 넓고 깊게 대중들에게 인식되어 살고 있는 집 자체에서도 우리의 삶과 철학, 개성이 드러나는 예술적인 세상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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