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
최성일 지음 / 연암서가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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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우주의 모습을 담은 사진에 반해 내용을 잘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스티븐 호킹 박사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를 샀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조금만 더 책 내용 자체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이해하기 위해 과학과 수학 등의 공부를 열심히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후회가 잠시 든다. 그만큼 내게 과학책은 매력적이면서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좋아하면서도 자신이 없어서 그 사람의 마음을 영원히 얻지 못한 채 주변을 맴도는 어중간한 삶을 사는 남자 같은 입장이 되어버렸다. 저자의 첫 과학책이 1970년대에 발간된 ‘소년소녀발명발견과학전집’이라는 부분에서 또 하나의 추억이 떠올랐는데 나에게 있어 첫 과학책이라고 할 수 있는, 금성출판사에서 나온 과학학습만화 시리즈였다. 총 40권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시리즈 중에 ‘혈액형의 수수께끼’란 책이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도서실에서도 항상 ‘대출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전집이 우리 집 마루에 있는 것 아닌가! 그때의 기쁨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아직도 몇 권은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다. 

   이 책은 해박한 과학적 지식이 없더라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과학책 읽기를 시도한 저자의 과학책 서평들이 담겨 있는 책이다. 칼 세이건을 시작으로 갈릴레오 갈릴레이나 코페르니쿠스처럼 과학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이름은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인물들을 다룬 책들로부터 비교적 최근에 출간된 ‘셀링 사이언스’나 ‘원더풀 사이언스’까지 일반 독자들이 사전 지식이 없어도 접근하기에 용이한 과학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 사람이 쓴 과학책도 몇 권 소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출판시장 특성상 아무래도 번역서가 많은데 저자의 직업적인 배경 때문인지 번역의 오류나 오탈자 등에 대한 지적이 빈번한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책에도 심심치 않게 귀여운 실수들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영화 제목을 잘못 인용한 경우나 단어를 이루는 순서가 뒤바뀐 점 등이 보였는데 본인 실수인지 편집자의 실수인지 잠깐 궁금했지만 나한텐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서 넘어가기로 했다. 


   과학책의 본문 내용을 직접 인용한 부분이 많아 읽으면서 쉽게 이해할 없는 부분들이 몇 군데 있었지만 대체로 처음 과학책 읽기를 시도하는 분들에게 어느 정도 길잡이 역할을 하기에는 적절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과학의 유쾌하면서도 건전한 대중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과학자의 본분을 다하면서도 인문학과 예술, 철학적 교양도 두루 갖춘, 정재승 박사님처럼 훌륭한 교양과학 저술가들이 많이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이 책처럼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의 시각에서 쓰인 과학이나 과학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들도 많이 출판될 수 있는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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