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신부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4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은 어찌 보면 굉장히 전략적이고 이기적인 행위다. 한 사람에게 마음을 집중하는 대신 다른 이들에게는 그만큼 소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홀한 것 뿐 아니라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이해관계가 얽힌 다른 이의 상처를 보란 듯이 더 잡아 찢을 수도 있는 것이 사랑의 속성이다. 그래서 나는 전 인류를 대상으로 한 예수님 같은 사랑을 제외한 모든 사랑의 형태를 순수하게만은 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모든 아름다움 뒤에는 합리화된 추악함이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소설 속 세 여자의 남자들을 가로챔으로써 인생에 깊은 고통을 안겨주는 지니아란 인물이 순전히 악한 인물이라고만 여길 수가 없다. 추악함을 감추고 있는 사랑의 형태를 고스란히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 활용하고 누렸던 그녀의 인생은 어쩐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어느 순간 누군가 내 인생에 나타나 내 삶을 통째로 흔들고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과연 어떨까? 더군다나 그 영향의 결과로 끝없는 괴로움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본인의 문제로부터 비롯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억울하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일 수도 있다. 또 내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의 입장이 될 수도 있다. 이것 또한 내가 의도적으로 그런 악역을 즐길 수도 있지만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49일’의 신지현처럼 자기는 선한 의도로 한 말과 행동이 결과적으로 타인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는 악마 역을 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작품 속에서 피해자처럼 그려지고 있는 토니, 캐리스, 로즈는 순탄치 않은 과거의 경험과 내적 상처에 지니아라는 파멸적인 존재를 만나 괴로움을 겪지만 결국 그런 뜻하지 않은 사고는 자신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온전히 인정하고 그 가능성을 받아들이게 하는 계기가 됨으로써 앞으로의 삶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든지 위기를 겪을 수 있다. 그것은 불행하게도 태어날 때부터일 수도 있고 한창 잘 나갈 때 맞을 수도 있다. 항상 좋거나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이 다행일 테지만 아무튼 위기는 온다. 그런데 그것이 치명적일수록 당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세상을 더 잘 알게 되고 사람을 더 신중하게 볼 수 있는 눈이 열릴 수 있다. 그런 지혜가 얻어진다면 남은 인생을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 테니 나쁘게만 생각할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소설들을 통해 미리 고통과 외로움으로 가득한 시간의 가능성에 대해 인식하고 그 대비법을 배워두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고 멋진 인생 전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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