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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디를 이기는 한마디
장원철 지음 / 카르페디엠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소통의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기술(?)은 말솜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부터 원활한 인간관계를 위한 대인관계법이나 화술에 대한 책이 꾸준히 나오고 있었지만 요즘처럼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기술적이고 경험적으로 다루고 있는 심리학 관련 서적과 말과 행동에 관한 서적 출판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것은 초유의 일인 것 같다. 그만큼 이 시대는 물질적인 문제보다는 정신적인 문제로 더 큰 고민을 안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먹고 사는 것이 급했던 시절에는 말 한 마디나 행동 하나에 큰 의미를 둘 겨를도 없었겠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서로 한 말의 진의나 숨겨진 의도를 알기 위한 심리 게임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어떤 거대한 흐름이 필요 이상으로 사람들을 복잡하고 머리 아프게 살도록 유도하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백 마디를 이기는 한 마디’도 어찌 보면 그런 출판 시장의 흐름을 타고 나온 여느 책들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인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지금 현재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부부나 연인 사이, 부모 자식 관계, 친구 사이, 직장 선후배 관계에서 해선 안 될 말과 대신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말들을 주로 가르쳐주고 있다. 몇몇 내용을 간추려 보면 독촉하는 말보다는 권유의 언어를 쓸 것을, 비교하는 말보다는 공감의 언어를, 꾸짖거나 책임을 탓하는 말보다는 격려와 위로의 말이 관계 개선은 물론 보다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미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부분으로는 아이를 칭찬할 때 재능보다는 노력에 초점을 맞추어서 해주라는 것이다. 실험을 통해 아이가 노력한 부분에 칭찬을 하면 재능에 칭찬을 해준 아이들보다 더 집중하고 발전할 수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재능이란 개념은 어딘가 제한적이고 비교를 통한 우열을 나누는 느낌이 있는 반면 노력은 누구든지 잘 할 수 있다는 공평한 가능성을 내포한 가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남성의 목표지향적이고 직설적인 성향과 여성의 관계지향적이고 정서를 중시하는 성향은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넘어 생물학적으로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이며, 언어에도 반영이 되므로 서로가 다르다는 사실을 남녀가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하며 말하면서 관계를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의 모든 메시지를 종합해보면 ‘진심’과 ‘배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같은 가치관과 도덕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이들은 사람의 진심과 배려를 이용하여 자기의 배를 불리는데 천부적인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나와 있는 효과적인 진심과 배려의 ‘기술’이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전적으로 반갑지만은 않다. 엉뚱한 생각인지는 몰라도 인간관계가 점점 비즈니스화 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말과 행동의 교정 차원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인간사회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