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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성 100년사 - 렌즈에 비친
리쯔윈.천후이펀.청핑 지음, 김은희 옮김 / 어문학사 / 2011년 2월
평점 :
역사를 바라보는 여러 관점 중에 특정 계층이나 사물의 문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전체적인 흐름과의 관계를 밝히는 작업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 책은 광대한 영토만큼이나 길고 다양하고 복잡한 역사를 가진 중국에서, 여성의 외적 형상과 그 중에서 특히 의복문화를 중심으로 지난 100년간의 역사를 돌아보는 작업을 담은 책이다. 20세기 초의 사진기술의 발전이 이 시기와 맞물려 글뿐만이 아닌 생생한 당시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여느 문화사 서적들과는 차별을 보인다.
그 시대의 정치, 사회, 문화적인 상황에 따라 미인의 가치기준과 정의가 바뀌고 의복 양식 또한 그 운명을 같이 했다. 수천 년간 이어진 전제정치의 시기 동안 큰 특징 없이 억압된 삶을 살았던 여성들의 모습은 민주화의 열망이 폭발한 신해혁명을 전후로 해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는 청나라의 기녀들과 사회개혁을 꿈꾸었던 여자 협객들, 즉 경직된 여성 주류 문화의 경계 밖에 있었던 여성들로부터 새로운 여성 형상의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서구의 문명이 물밀듯 밀려들기 시작하면서 이를 접한 당시의 여학생들은 변화의 첫 혜택을 본격적으로 누리기 시작했다. 이후 서구 자본의 투입과 도시화의 급격한 진행 과정에서 소비의 주체로서 부각된 성인여성 및 주부들로부터 모던여성으로 불리는,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혼합된 여성 문화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회주의 운동과 일본과의 전쟁 등의 혼란기를 거치면서 여성의 형성 변화는 표면적으로는 중단된 것처럼 보였으나 남색과 회색의 통일된 복장 안에서도 그녀들의 욕망은 조금씩 다채롭게 이어지고 있었다. 100년 동안 이어진 전통, 전통과 현대의 혼합, 국가적 혼란 속에서의 남성화된 여성성 등이 90년대 들어서 중국 특유의 다양성 문화로 폭발하면서 이제는 글로벌 시대의 새로운 여성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번져 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중국인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그들의 모습은 이제 일상의 한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본 중국인들에 대한 인상은 대체로 우리가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주로 부정적인 부분이 많아서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즉 우리가 보는 한정적인 자료만으로는 이것이 그들의 보편적인 문화 현상이다, 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내가 본 중국인들의 옷을 입는 스타일을 보면 개인차는 있겠지만 어쩐지 우리나라의 8,90년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책에서 보는 인물들은 그 당시의 상류층이나 사회적으로 서구 문물을 많이 접할 수 있었던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여성의 형상 변화라는 관점에서 중국 전체의 역사와 관련지어 의미를 찾으려는 것은 어쩐지 그 한계가 너무 분명한 것 같아 의미가 반감되는 것 같기도 하다. 대중의 기대와 정치, 사회적 영향력이 여성의 미의 문화를 형성했다고는 하나 사진에 나와 있지 않은 대다수 보통 여성들의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