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n Contemporary Art Magazine POINT Vol.2 - 2011
포인트 편집부 엮음 / 비주얼아트센터보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앤 해서웨이가 잡지 스텝들이 쩔쩔매면서 촬영에 사용할 의상을 고르는 광경을 보고 웃었을 때 메릴 스트립이 한 대사가 떠올랐다. 아마 ‘네가 입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 유행을 지나 돌고 돌아 백화점 세일 코너에 있는 것을 생각 없이 사다가 입은 거겠지’ 라는 식의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순수예술이든 상업예술이든 초기에는 새로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거나 실질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는 것이 예술의 한 단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나 설치미술을 비롯한 아시아의 다양한 시각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잡지 ‘ POINT’에 소개된 작품들을 보면서 사실 보이는 이미지를 일차원적으로 감상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자신을 재확인하게 되어 부끄러웠다. 비교적 자세한 부가설명과 인터뷰들이 담겨 있어 다행이었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중국, 베트남 등 우리가 알지 못했던 많은 아시아의 예술가들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면서 정치, 문화, 경제 등 우리를 둘러싼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대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마 이 잡지에 소개되지 않은 다른 많은 예술가들이 현실에 대항하거나 은유적인 비판으로 자신들만의 독특한 시각을 표현하고 있을 것이다. 서구문화의 기나긴 억압과 유린의 역사를 이제 막 벗어나기 시작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한 아시아 각 나라의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흐름부터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하지만 물질 중심의 자본주의 문화의 한계이자 병폐가 직간접적으로 해를 끼치고 있는 국가들의 사회문제를 비판적으로 포착하고 있는 데까지 예술가들의 다양한 활약이 담겨 있다. 


   이 창조적인 움직임들 가운데 어떤 것은 실질적으로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것은 전시하는데 의미를 두는 수준으로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외부의 평가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토대로 묵묵히 목소리를 내는 예술가들이 많이 늘어나면 날수록 그들의 영향을 받아 보통 사람들도 이 획일화된 세계 속에서 자신만의 삶의 방식과 대안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쓰는 노력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술이 예술가들만의 소통 방식이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 그들의 창조성이 수동적으로 다수의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진정한 예술은 그것을 보는 보통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안에 내재된 예술성을 발견하도록 하여 일상 속에서의 생활예술, 즉 예술적인 삶의 단계로까지 나아가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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