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한 조각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8
마리아투 카마라.수전 맥클리랜드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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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우리는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비극을 자주, 그리고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너무나 안타깝고 분한 마음에 어떻게든 세상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보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내가 속한 사회의 답답한 현실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들, 다른 나라의 민족 간 분쟁, 약탈, 절도, 강간, 살인 등의 범죄들... 이제는 반응이 무디어진 나에게 놀라는 것도 점점 줄어들어 막다른 길에 다다르고 있는 것 같다.

   ‘망고 한 조각’에 묘사된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이라는 나라에서 벌어진 내전의 현실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가 기록된 순간부터 인간의 한계를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는 비극들은 수두룩하다. 그리고 그 비극의 고통과 절망을 넘고 넘어 소중히 건져 올린 희망의 줄기들도 역시 질리도록 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정치적 술수에 놀아나 패가 갈린 동족들이 서로 증오하고 죽인다. 그 와중에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 어린이, 노약자들이 입는 피해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도 어려워지고 극도의 가난과 공포를 겪게 된다. 특히 어린 소녀들이 성적으로 유린당하고 소년병들로 하여금 살인을 저지르게 하고 손발을 자르게 하는 등 더 이상 비인간적인 것이 있을 수 있을까 할 만큼 잔인한 현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다. 


   그 참담한 현실의 피해자였던 이 책의 주인공 마리아투가 자신에게 고통을 준 사람들을 용서하는 과정과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힘쓰는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다. 하지만... 나는 가슴이 아프다.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무수히 반복되리라는 확신에 가까운 생각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계절이 오고 가는 것처럼 일상적인 풍경으로 자리 잡을지도 모른다. 처음의 꺼질 듯하던 작은 불씨가 점점 큰 불이 되어갈 때 사람들은 희망찬 미래에 대해 열광했지만, 이제는 그런 불길들이 흔해지면서 절망과 희망의 싸이클이라는 인간존재의 한 양식으로 자연스럽게 정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세계의 평화나 지구의 환경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예전과 본질은 같지만 점차 고도화되는 국가 간 분쟁, 외부세력의 개입과 욕심이 결합된 민족갈등 등이 동전의 앞뒷면처럼 계속 역사를 채워나가리라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내 눈 앞이 캄캄해지고 귀는 먹먹해지고 입 안은 메말라가고 가슴은 답답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초점 잃은 나의 인생을 돌아보고 돌아보다... 끔찍하다. 하나의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긍정적인 자세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든지, 어쩔 수 없다는 중립적인 입장을 가지고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며 살든지, 무관심해지든지 선택이 필요하다. 막연한 세계관이나 정의감을 가지고 혼란스럽게 사는 것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삶이란 무엇이 옳고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식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요즘 들어 참 많이 하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같은 고민에 빠져들기도 했다. 


   ‘망고 한 조각’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가족의 소중함’이다. 최악의 고난과 역경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도록 이끌어준 것은 마리아투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감싸준 가족들이었다. 또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도움도 마리아투에게 큰 힘이 되었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간의 연대가 세상을 보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마리아투의 사촌 오빠 중에 모하메드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당시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항상 긍정적이고 밝은 면만 보려했다는 마리아투의 이야기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어두운 현실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을 주로 얘기했지만 그래도 나는 그의 마음가짐과 미소 속에 담긴 희망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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