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함께 본 영화
곽건용 지음 / 포북(for book)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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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건이나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교회에서 행해지는 성경교육은 천편일률적이고 조잡하기 짝이 없는 교재를 통해 주입식으로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그리고 무척 재미가 없고 지루하다. 그러다 보니 교사의 역량이나 적당히 시간만 때우는 것으로 성경공부 시간을 낭비하곤 한다. 지금 내 삶과 유연하게 연결시키지 못하는 교회교육은 이중적이거나 다중적인 교인을 양산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유롭고 다양한 가능성을 상상하고 생각할 줄 알아야 하는 중고등학생 시절이나 대학생 시절에 그런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재앙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긴 요즘은 교회가 세상 문화를 쫓느라 정신없는 시대니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예수와 함께 본 영화’라는 책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왜 교회 성경공부에 대한 소리를 하는가 하면 어차피 지금 시대가 문화, 문화 하고 있으니 사람들의 관심과 주의를 가장 잘 끌 수 있는 소재로 융통성 있게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전달할 수 있다면 매우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목회자이기도 한 영화를 좋아하는 저자가 자신이 본 영화를 통해 신앙과 인생에 대한 메시지를 전해왔던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만든 사람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그 안에서 기독교적인 메시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영화가 의외로 많았다고 한다. ‘박하사탕’이나 ‘밀양’,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잘 알려진 영화에서부터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영화들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통해 저자는 인생이란 어떤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기독교적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나도 인상 깊게 보았던 ‘다우트’와 ‘밀양’, ‘디스트릭트9’ 등이었는데, ‘다우트’를 통해 ‘의심’과 ‘확신’은 매우 닮아 있으며 신앙이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으로 꼭 필요한 과정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밀양’을 통해 신과 인간, 용서라는 사람 머리를 아프게 하는 주제에 대해서 기독교인이라면 깊이 고민해봐야 할 부분을 잘 짚어주고 있기도 하다. ‘디스트릭트9’을 통해 우리 안에 내재된 타인에 대한 차별의식에 대한 비판적 접근은 무척 인상적이어다. 


   이 책은 전문적인 분석이나 단순한 영화감상이나 비평적인 관점에서 쓴 글이 아니기 때문에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분들이 읽으시면 지루하거나 억지스럽다고 여길 부분이 많을 것이다. 곳곳에 인용된 성경 구절과 기독교적 가치관이 투영된 책 속에 담긴 문장 특유의 장황한 느낌이 거부감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은 교회에서 젊은 사람들이나 전도한 지 얼마 안 된 새가족을 대상으로 한 성경공부나 토론시간에 좋은 교재나 자료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것 같다. 현실과 동떨어진 틀에 박힌 권면과 기도, 교제의 시간을 가지느니 영화라는 친숙한 문화적 매체를 통해 보다 생활에 가까이 계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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