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걸과 초식남의 세상, 도쿄 - 일본 JP뉴스 기자의 톡톡 튀는 일본 남녀 엿보기
안민정 지음 / 창해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가깝고도 먼 나라,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우리에게 있어 참 특이한 나라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 가장 큰 상처를 준 나라이면서 지금은 문화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주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있어 일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한류에 힘입어 다양한 한국의 상품들이 일본에 진출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원류를 쫓아가다 보면 역시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발견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일본에 대한 높은 관심도는 출판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언어, 문화, 정치, 사회 등 각 분야의 날카로운 분석과 풍성한 정보가 담긴 일본 관련 서적은 거의 홍수를 이루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중 오늘 만나볼 책 ‘모리걸과 초식남의 세상, 도쿄’는 일본에 거주하면서 평범한 한국여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본과 특히 일본 젊은이들의 생각과 생활상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일본에서는 얌전하고 친절한 여성상과 무뚝뚝하지만 책임강 강하고 성실한 남성상이 전통적인 성역할의 이미지로 전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버블경제와 붕괴와 함께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목표의식의 부재로 인해 최근 젊은 남자들은 이성관계나 결혼보다 취미와 자기관리에 힘쓰는 소위 ‘초식남’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반면 같은 시기에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남성화되어 가는 독립적인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결혼률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외모지상주의가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우리보다는 덜한 것 같다. 이미 거센 경제 풍파를 겪고 난 사람들이라 그런지 외적, 물질적인 조건보다는 보다 안정적인 관계를 더 중시하는 것 같았다. 성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는 한국 사람들보다 개방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실수로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 어린 나이라 하더라도 대체로 결혼을 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전통적으로 조화와 배려, 책임감을 중시하는 풍토가 여전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성에 대해 이중적인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보다 낙태율이 많이 낮다는 사실을 보면서 일본사람들이 겉과 속이 다르다고 하지만 이런 점에서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일본인의 치밀함과 한국인의 결정력이 합쳐지면 크게 성공할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일본 사람들은 무슨 일에든지 꽤나 꼼꼼하고 정석적인 면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또 두 가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것이 그들의 집단성과 오타쿠문화라 할 수 있다. 줄서기에서 볼 수 있듯 엄격한 조화를 요구하는 그들의 집단성은 어떤 분야에서는 놀라운 효율성을 발휘하기도 한다. 또한 매니아 수준을 넘어 집착의 단계에 들어서있는 오타쿠문화는 일본 경제를 이끄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일본인들의 이중성은 독특한 면을 보인다. 집단성을 강조하는 사회이면서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까를 더 신경쓰면서 그것이 개개인의 개성을 더 발전시킨 것 같다. 사회적인 환경에서 받는 억압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개개인이 풀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일본 특유의 정서와 개성이 담긴 현재의 문화산업이 형성된 건 아닌지 생각해 보기도 했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을 통해 일본에 대한 소식을 간혹 듣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세대의 보통의 일본 사람들에 대해 정리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일본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기도 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일본문화에 대해 접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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