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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벗어던지기 - 교회에서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 성경 공부
블루칼라 지음 / 미담사 / 2010년 12월
평점 :
나의 청소년 시기는 매우 우울하고 어두운 편이었다. 또래들과 조금은 다른 길을 걸어갈 뻔했던 내게 한 줄기 빛을 비춰준 것은 외할머니의 기독교 신앙이 계기가 되어 교회를 다니게 되고 예수님을 영접했다는 사실이다. 교회에 처음 갔을 때 나는 참 좋았다. 그때까지 내가 겪었던 세상과는 다르게 사람들은 착하고 순수한 느낌이었다. 나도 이내 교회생활에 빠져들어 토요일 오후에 있었던 중고등부 모임부터 일요일 온 하루를 교회에서 보내기도 했다. 나는 원래부터 교과서적으로 모든 것을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서 초기의 내 교회생활은 행복 그 자체였다. 몇몇 갈등이 있었더라도 사랑으로 가득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는 시점부터 모든 것이 조금씩 이상해졌다. 아니, 내가 그렇게 느끼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성경의 좋은 점만, 지켜야 될 점만 인식하고 있던 나의 눈에 사람들은 고도의 이기적인 삶으로 비춰지기 시작했고 그들은 그것을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기거나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결벽증 비슷한 것도 있었기 때문에 길에 가래침을 뱉는 행위조차 하나님이 만드신 이 땅 위에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심히 혼란스러웠다. 그런 나에게 성경내용과 어긋나는 교회의 실상들이 하나둘씩 보이게 된 것은 필연적이었다. 문단의 맥락을 무시하고 특정한 구절만 인용하여 자기 입맛대로 설교하는 목사나, 세상 사람들보다 더 돈이나 외모를 밝히는 또래 교회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절망하고 말았다. 아무리 큰 뜻을 이루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헛수고였다. 결국 나는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의 모든 문제들이 그렇듯 종교나 신과 관련된 문제도 사람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가 문제 삼는 것도 결국 신의 문제라기보다 신이나 종교라는 관념을 이용해 자기기득권을 지키고 세상의 모순과 부조리, 불평등을 정당화시키려는 특정 계층에 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 답답한 것은 그런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종교의 시스템 속에서 확인도 하지 않고 죄책감과 두려움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성경 내용의 모순되는 부분이나 이상한 점을 느껴도 말 한 마디 쉽게 꺼낼 수 없는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고 최소한의 기본적인 반성의 시간(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뻔한 거 말고!)도 가지지 않는 것이 오늘날 종교의 모습이다. 한 마디로 신이라는 개념만 빼면 세상의 수많은 이익집단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나는 무신론자는 아니다. 그 속성이 어떻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어떤 절대적인 존재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 편이다. 그리고 그 존재가 설정한 어떠한 룰에 따라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읽은 ‘사회적 원자’라는 책을 읽으면서 우주적인 원리로서의 운명론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지구 위에서 기세등등한 타락한 종교의 신들은 말 그대로 만들어진 신일 뿐이라는 생각을 지우기가 너무 어렵다.
이 책은 기독교인이었던 저자가 무신론자가 되기까지 어떤 고민과 괴로움의 시간을 거쳤는지 잘 담겨져 있다.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주어진 귀중한 능력인 이성과 논리적 사고를 통해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에 대해 객관적으로 접근해보길 권하고 있다. 그리고 정말 믿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인간에게 나약하게 하는 무해한 도구에 불과한 것인지를 묻고 있다. 성경 내용과 일반적인 상식이 어긋나는 부분을 통해 성경의 오류를 지적하고, 성경 내에서 서로 모순을 일으키는 내용을 근거로 신의 계시가 아닌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한 왜곡과 짜깁기의 결과라는 주장을 펼친다. 성경을 믿든 믿지 않든 비판을 하거나 옹호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와 연구가 필요한 법인데 적어도 저자는 비판을 위한 양식은 적절히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믿는 사람들이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스스로 소화한 성경지식을 바탕으로 한 믿음이 아니라 세뇌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무신론자로서 당당한 삶을 원하는 사람이나 자신이 가진 신앙의 견고함을 더하고 싶은 종교인 모두에게 한 번쯤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