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 세계문학의 숲 1
알프레트 되블린 지음, 안인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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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은 소설의 시대적, 역사적 배경을 잘 알고서 읽은 분들만이 알찬 서평을 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의 전개나 표현방식이 낯설고 읽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아 읽다가 중도에 포기할까 싶은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러나 일단은 다 읽고 나서 서평을 쓸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판단하기로 했다.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포기하는 게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렵고 작품의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내 나름대로 느낀 점을 쓰는 것으로 의미 있는 독서의 마무리를 하려 한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 소설은 프란츠 비버코프라는 한 인물이 감옥에서 출소한 후 착실하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죽어간 이야기다. 주인공의 삶을 좌지우지한 것은 그 시대의 사상, 경제적 어려움, 역사적 상황, 주변사람들의 배신 등이다. 전쟁과 경제공황으로 얼룩진 20세기 초, 역사는 엄청난 혼란 속에 빠져 있었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물론 지금은 기술이나 문화가 많이 발전해서 그때의 상황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개인의 자유나 양심에 따라 올바르게 살고자 하는 인간에게 억압을 가하는 세태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특히 산업화의 폐해가 절정에 달하던 당시에는 먹고 사는 문제가 생존이 걸린 차원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본능을 바탕으로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문제는 사람들이 충분히 교양을 쌓고 이성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와 통로가 보편화되었음에도 물질을 인생의 최우선가치에 두고 타인에게 고통을 주거나 위해를 가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당시보다 더욱 악랄하고 고약하고 비참한 시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고도화된 바빌론이라고나 할까. 

   국민의 정서적 고양과 올바른 인격을 위한 가치관의 지향보다는 오로지 물질적인 잣대로 사람과 사물을 판단하는 천박한 자본주의 때문에 수많은 사기와 배신이 횡행하는 것이다. 소박한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지키려다 핍박을 받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겉으로는 위해주는 척하면서 뒤로는 갖은 비리와 부패의 행위를 일삼는 힘 있는 자들과 그 아래에서 떨어지는 떡고물을 받아먹으며 더러운 근성을 그대로 자기보다 더 약한 자들에게 풀어버리는 ‘악한 약자’들의 시대, 소설의 주인공 프란츠 비버코프가 겪은 일들과 그 내용이 다를 바가 무엇인가? 사람을 가려 사귄다거나, 배려하는 세심한 마음, 순수한 사랑이라느니 해법은 많이 있지만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 소설은 그때는 그랬었지, 의 수준으로 감상되고 이해되어야 할 시대가 올 때까지 계속 인류 역사의 가슴 아픈 흉터, 인간의 추악한 본성에 대한 뼈아픈 증거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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