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명언집 - 강하게 살아가게 하는 가르침
노다 교코 엮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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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뉴욕의 어느 지하도에 누군가 ‘신은 죽었다 - 니체’라고 써놓았다. 한참 지나고 난 후 그 옆에 다른 글귀를 누군가 써놓았다. ‘니체는 죽었다 - 신’.

10대 중후반 시절, 한참 교회를 열심히 다닐 때 들었던 이야기다. 목사님은 가끔 예배 중에 위의 예화를 들면서 ‘신은 죽었다고 했던 니체는 죽었고, 하나님은 여전히 살아계십니다’라는 식으로 설교하곤 했다. 그리곤 허허 웃으면 예배를 드리는 교인들도 따라서 하하하 웃었다. 그 당시 나는 분위기 때문에 웃는 표정을 짓고 있긴 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항상 불편을 느끼고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왜냐하면 니체라는 사람이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을 하기까지 도대체 어떤 과정을 겪어왔던 것인지, 어떤 고통을 당했기에 역사상 가장 유명하면서도 반기독교적인 철학적 명제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후 너무나도 어려운 니체 철학에 감히 도전해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많은 시간이 흘러왔지만 그의 삶에 대한 관심과 의문은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 책은 니체의 저작들 중에서 당장 삶에 적용할 수 있을 만한 문장들과 짧지만 많은 생각들을 요구하는, 말 그대로 지갑에 따로 끼워두고 한 번씩 보고 싶은 문장들을 따로 엮어놓은 책이기 때문에 니체 철학에 관심이 있지만 본격적이라기보다는 우선 색깔을 한번 맛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할 것 같다.

이 책에 수록된 니체의 문장들에는 의지, 의미, 목표 등과 같은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니체는 서문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문제, 즉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물음에 상당히 집착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세로부터 니체가 살았던 시대에 이르는 동안 종교는 확실히 타락했고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였다. 니체가 말한 ‘신은 죽었다’라는 명제에 담긴 속뜻은 실은 ‘세속화되고 계급화된 종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사라져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본래의 가치를 잃어버린 종교에 절망한 니체가 다른 대안을 찾고 찾다가 이른 결론이 허무주의이고, 허무주의 이후의 초인사상이 아니었는지 생각해보았다. 어쩌면 니체는 그 누구보다 신이 확실한 역할을 해주길 원했고 신의 자리를 제대로 ‘만들어드리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은 너무나 연약한 존재다. 정신적으로, 의지적으로 가장 우뚝 서 있어야 할 시기에 일어난 발작은 그의 누구보다도 강한 삶의 의지, 절망을 딛고 신을 초월한 ‘강인의 삶’으로의 열망과 집착의 결과로 여겨진다. 그의 발병부터 죽음에 이르는 시기는 그때까지 그가 주장해왔던 그의 철학, 사상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아 보이니……

개인적으로 이 책은 그의 슬픈 유산이라 생각되지만, 왠지 나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만큼 지금 이 세상이 가만히 눈과 귀를 막고 웅크리고 있거나, 아니면 니체처럼 미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답답하고 엉망진창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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