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마크 보일 지음, 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돈은 더 이상 우리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돈을 위해 일한다. 돈이 이 세상을 접수하고 말았다. 하나의 사회로서, 우리 모두는 다른 모든 것을 팽개치면서 고유의 가치라고는 전혀 없는 한 대상을 숭배하고 경배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화폐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불평등과 환경파괴와 인간에 대한 경멸을 촉진하는 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p.16) 

처음에는 단순한 시스템이었을 화폐경제가 오늘날에는 사람들을 지배하고 괴롭히고 심지어 숭배받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사람이 돈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돈이 사람을 좌지우지하는 이상한 세상이 정상적인 시대가 된 이때에 아주 황당한 실험을 하는 한 사람이 등장한다. 그 실험은 다름 아닌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년을 사는’ 것이다.

유기농식품 관련 회사에 다니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보다 본질적인 지구환경의 문제를 느낀 저자는 가장 큰 문제의 원인으로 ‘돈’이라는 요인을 찾아내게 된다. 돈으로부터 야기되는 각종 문제, 예를 들면 식량 문제, 자원 낭비, 환경 파괴, 공동체 붕괴 등을 돈 없이 사는 삶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자는 시도로 이해되었다.

이 세상에 수치로 표시되는 모든 돈이 100이라고 가정할 때, 실제로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10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들어왔던 이야기였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시스템의 발달로 인해 빌리고 빌려주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오늘날의 거품이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거품으로 인해 실제적인 가치를 지니는 자연 환경이나 소박한 사람들의 삶이 황폐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주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인류가 환경재앙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고 경제가 수축되고 있는데도 돈을 계속 안전을 위한 도구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아니면 빈틈없이 촘촘하게 잘 짜인 공동체의 삶이 다시 일어나도록 해야 할 것인가? 말하자면 공동선을 위해 함께 일하고 운명을 공유할 줄 아는 능력을 다시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p.26~27)

전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저자는 ‘공동선을 위해 함께 일하고 운명을 공유할 줄 아는 능력’을 다시 배우고 구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데, 저자는 구체적으로 돈을 쓰지 않고도 공동체가 유지되는 방법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그 첫 번째 단계로 스스로 돈 없이 사는 삶을 실험해 보기로 한 것이다. 저자는 먼저 자신의 주거용 배를 팔아 ‘프리코노미 커뮤니티(Freeconomy Community)'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개설한 관련 웹사이트를 통해 사람들이 서로 필요한 물건을 교환하고 도움을 주고 받는 등 대안경제의 가시적인 성과를 얻은 저자는 이후 실제로 1년 동안 돈을 포기하는 삶에 돌입하게 된다. 이때 저자는 자신의 삶이 극단적인지, 끊임없이 재앙으로 가는 선택을 하는 기존의 생활방식이 극단적인지 묻고 있다.

세면용품 없이 청결을 지키는 방법을 설명해주는 부분에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화장품 회사들이 사람의 피부에서 습기와 천연 오일을 닦아내는 제품을 팔아놓고는 다시 그 피부에 습기와 천연 오일을 입히는 제품을 팔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를 다른 부분에 적용해보면 인간은 그대로 내버려 두어도 상관없는 것을 억지로 변화시켜 다시 되돌려놓는 행위에 상당히 집착해왔다는 사실이다. 이런 집착은 지금의 비상식적인 경제성장 욕망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자신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삶도 소개하고 있는데 비슷하면서도 차이를 보이는 그들의 철학과 실천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겸허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돈을 최소한으로 쓴다든지, 돈을 선한 방향으로 이용한다든지, 지역화폐라는 경제시스템을 통하여 지역공동체를 되살리는 방법을 모색하는 등의 방법도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즉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지 않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다양하며, 그 중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여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돈을 포기한 삶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 하나가 바로 삶에 대한 믿음이다. 만약 하루하루를 베풂의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 모두는 필요한 것이 생길 때마다 반드시 그것을 얻게 되어 있다. (중략) 나는 그 믿음을 지적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을 오래 전에 그만두었다. 느낌과 삶의 경험에서 얻은 믿음이다.”(p.317)

“나의 경험에 비춰볼 때, 만약 당신이 아무런 보답도 생각하지 않고 어떤 사람에게 베풀면 당신도 어떤 도움이 필요할 때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바로 주는 행위와 받는 행위의 유기적 흐름이다. 우리의 생태계가 기반으로 삼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런 마법의 댄스이다. 하지만 그런 마법의 댄스가 일어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믿음의 도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자연이 당신의 필요를 충족시킬 것이라는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말이다.(p.317)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들이 가장 먼저 회복해야 될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옛날에,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많은 문제와 난관을 헤쳐 왔던 조상들의 지혜를 오늘날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신뢰가 무너진 자리를 돈이 대신하고 있는데 그 경과는 참혹하기 그지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다. 돈 없이 살아보기로 결심한 저자의 의도가 단순히 돈 없이도 인간은 잘 살 수 있다는 것이 아닌, 가장 행복한 삶의 형태, 즉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베풀고 나누는 삶만이 궁극적으로 인간을 최상의 상태로 살리고 지속가능한 개발도 가능하며 결과적으로 우리의 행성 지구도 살리는 길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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