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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바쁜 일상에 치여 놓치고 있었던, 그러나 참으로 소중한 것들 46
정희재 지음 / 걷는나무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일반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도시에서의 삶 혹은 도시생활에 대한 나의 경험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런 입장에서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를 읽기 시작했을 때 이 책이 나에게 적절한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도움이 될까? 와 같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직 제대로 된 사회경험이 부족한 이유였다.
그러나 도시에서 살든 살지 않든, 사회 경험이 많건 적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도시인화 되어'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인적인 경쟁 체제로 바뀌어 버린 학창시절, 대중매체에서 매일 접하게 되는 물질 중심의 가치체계, 그 아래서 벌어지는 희비극.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우리를 일정 수준 이상 '도시인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때 '도시'라는 것은 자본주의라는 말과 맥을 같이 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자본주의의 병폐를 신물나도록 지켜봤다. 그리고 실망하고 좌절했다. 현실을 인정하고 철저히 시스템에 적응하여 살던가, 끝내 대열에 합류하지 못해 피폐한 삶을 살던가, 그 중간에서 우왕좌왕하던가 - 로 나뉘었다. 그나마 있던 낭만도 시간이 지날수록 철없는 생각과 행동으로 치부되기 시작했다. 결국 도시에서의 삶이란 메마르고 각박하고 욕망에 충실한 삶과 같은 뜻이 되어버렸다.
어찌보면 이 책은 심하게 물질중심이 되어버린 도시의 한가운데서 그 잃어버린 낭만을 다시 일깨우려는 시도 같기도 하였다. 결국 중요한 건 외적인 장소의 문제가 아닌 내적인 문제, 즉 존재의 풍요로움이 절실함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도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을 저자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새로운 가치로 환원하는 (아, 결국 마음문제, 발상의 전환이라는 거잖아, 라고 절레절레 하면서도 어느 순간) 신선했고 재미있었다. 우리의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세상은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우주의 중심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귀한 환원의 노력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로 확산되지 않고 머물기만 한다면...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버린다면 재미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