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매력은 절대불편의 진리라고 여겨지던 것도 얼마든지 무너지고 새로운 진리가 세워질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 최전선에서 만날 수 있다는 특권에 있다. 이런 대변혁의 시기를 우리는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전의 데이터들을 통해 이것이 사실이다, 진리다, 원칙이다 라고 믿어왔지만 이것을 뒤집는 반례가 하나만 나와도 그동안 쌓아왔던 견고한 성 같은 것이 흔들리는 것은, 꼭 불안만 조장하는 것은 아니다. 더 나은 삶과 사회를 위한 운명과도 같은 사건이다.
이정모 박사님의 다양한 글들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과학과 정치의 관계를 언급한 부분이다. 국가의 정책, 정치인들의 과학에 관한 인식의 수준에 따라 그 나라의 과학 수준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T 산업의 눈부신 발전은 특정 지도자의 결단에 따라 전국에 초고속 통신망이 단기간에 구축되어 가능한 일이었다. 과감한 과학 분야로의 투자가 선진 대한민국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과학 현실은 암울하다. 터무니없는 이유로 과학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이공계 전공자들에 대한 대우는 하루가 다르게 나빠진다. 해외로 관련 인재들이 빠져나가도 할 말이 없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