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감각 - 21세기 지성인들을 위한 영어 글쓰기의 정석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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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시대에는 짧은 영상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중독되고 일상화되어서인지, 긴 글이든 짧은 글이든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행위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거나 귀찮아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생각하는 것마저 능동적으로 하기보다 남에게 맡겨버리고 본능에만 충실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매일 온라인상에서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텍스트들에서도 그런 경향은 뚜렷하다. 이게 글을 쓴 건지 싸놓은 건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거나 억지스러운 글이 너무 많다.

최근 문해력 이슈만큼이나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 글쓰기 능력이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잘 전달할 수 있는 훈련 행위, 또 자기 치유의 도구 기능 등 글쓰기의 여러 가지 유익이 부각되면서 어떻게 하면 더 글을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예전보다 확실히 높아졌다. 블로그를 비롯한 다양한 소셜미디어에서 좋은 글쓰기 능력은 적지 않은 부수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더 결정적인 이유라고 할 수도 있겠다.

글쓰기에 관한 조언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단문으로 써라’, ‘형용사와 부사를 가급적 쓰지 마라’ 정도이다. 이런 지침의 좋은 사례로 기자 출신의 소설가인 김훈 작가의 글을 들기도 한다. 문장이 명확하게 끝나지 않고 점점 길어진다는 것은 읽는 사람에게 피곤함을 느끼게 하고 결국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파악하기 힘들게 하여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거나 이해를 포기하게 하여 그 문장을 떠나게 만든다. 이런 단점이 가득한 책은 독자들로부터 결국 외면된다.

그런데 이 책은 무조건 위와 같은 전통적이고 정형화된 글쓰기 지침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깔끔하고 단순하고 명확한 문장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고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호흡이 긴 글도 의도나 맥락에 따라 필요하고 독자에게 글 읽는 즐거움을 더하기에 전혀 불필요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독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도 언급한다. 많은 글을 읽다 보면 그 글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어떤 것인지 파악하는 능력이 길러지고, 어떤 글이 이해하기 쉽고 명확하며, 어떤 글이 불필요한 단어와 표현을 많이 쓰고 지저분한지 알 수 있게 된다.


인간의 뇌가 독서에 적합하게 진화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이다. 글을 읽는 행위나 쓰는 행위 모두 문자언어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단어의 조합을 통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이 글쓰기다. 구술문화에서는 이야기의 전달, 전승을 통해 지식이 전달되었다. 다시 말해 입말을 통해 생각이 쌓이고 후대에 전해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문자가 발명되고 기록문화로 이어지면서, 다시 말해 지식과 정보의 보존과 전달 효율에 있어 비교할 수 없는 발전이 이뤄지면서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더 중요하게 되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고전적 글쓰기’라 명명된 글쓰기 방법을 가르쳐준다. 쉽게 요약하자면, 독자가 읽을 때 머릿속으로 그 장면을 떠올리면서 따라갈 수 있는 문장을 최우선으로 권한다. 이는 가벼운 에세이부터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글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규칙이다. 너무 쉬워서 흥미를 잃게 하는 문장과 너무 어렵거나 복잡하고 장황해서 피곤하게 만드는 문장 사이의 적절한 경계가 어디일까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영어 글쓰기에 대한 내용이라고 해도, 한국 사람으로서 문장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유용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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