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발견 - 사랑을 떠나보내고 다시 사랑하는 법
캐스린 슐츠 지음, 한유주 옮김 / 반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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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생명과 그 생명을 담은 육신 외의 다른 것은 갖지 못한 채 태어난다. 몸과 생존본능의 의식을 갖춘다는 것이 앞으로 완성해 갈 인생을 위한 최소이자 최선의 조건인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태어나자마자 수많은 위험에 노출된 연약한 한 생명의 탄생은 그 자체로 위태로워 보인다. 누군가는 운이 좋아 따스한 보살핌을 받으며 건강하게 자라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이기에, 삶이란 상반되는 요소가 서로 부딪히거나 뒤섞이며 펼쳐지는 것이라는 인상은 일종의 법칙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상실과 발견』이라는 책 제목은 너무나 익숙하고 흔하게 언급되는 주제라서 그런지 오히려 정면돌파하는 느낌으로 독자에게 더 궁금증을 일으키는 것 같다. 표지에 있는 ‘사랑을 떠나보내고’에 해당하는 대상은 저자의 아버지이고, ‘다시 사랑하는 법’에 해당하는 대상은 저자가 만난 평생의 인연, 곧 사랑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상실과 발견이라는 사건은 전 인생을 통틀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태어나는 순간 그 삶은 수동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발견되는 사건이기도 하다. 그리고 반대로 그 삶은 살아가면서 능동적으로 수많은 발견, 곧 다양한 만남과 도전, 성취 등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다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취하는 것보다 잃게 되는 것을 더 많이 의식하게 된다. 그것은 단순한 물품 분실부터 시작해 꿈이나 목적 등을 잃게 되는 것까지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을 망라한다.

인생에 있어 상실과 관련하여 가장 큰 슬픔을 주는 것은 가족을 잃는 경우일 것이다. 부모님이나 형제, 친구, 지인 등이 죽음을 맞는 사건은 남은 이로 하여금 큰 충격과 슬픔에 빠지게 한다. 저자의 경우 누구보다 의지가 되고 마음의 벗이기도 했던 아버지의 죽음이 상실과 관련하여 깊은 통찰을 이끌어 내게 된다. 그리고 애도의 과정을 통해 상실이 단순히 인생에서 중요한 어떤 것을 잃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길고 짧은 호흡의 문장으로 풀어낸다.

인생을 단순하게 정의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은 새로운 것을 인식하고 상상하고 발견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과정 전후로 또 하나의 큰 인생의 흐름을 경험하게 되는데, 다름 아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전체 3부 중 2부에 해당하는 ‘발견’과 관련한 내용은, 한 편의 아름다운 연애소설을 읽는 것처럼 잘 몰입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저자는 잃어버리는 것과 찾는 것, 다시 말해 상실과 발견의 사건이 독립적이거나 순환적인 특징으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준다. 특히 ‘그리고(and)’라는 개념을 활용하여 상징적이고 대표적인 삶의 두 흐름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결합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인생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존재한다는 것 자체의 소중함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통찰해내고 있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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