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란 무엇인가 - 우리 시대 공정성에 대한 모든 궁극적 질문의 해답
벤 펜턴 지음, 박정은 옮김 / 아이콤마(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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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혹은 공정성이란 개념을 이해하거나 설명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상은 스포츠인 것 같다. 이 책에서도 페어플레이에 관해 언급하면서 스포츠를 통해 공정성에 대한 개념을 많이 설명하고 있다. 지금이야 당연히 운동 경기에서 '규칙'은 경기 참여자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시대, 다시 말해 참여자 각자가 자기만의 규칙으로 같은 경기에서 임했던 적도 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다. 어떻게 경기가 진행될 수 있었을까?

아무튼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스포츠 종목들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기 위해서 규칙이 자리잡는 과정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경제나 법, 사람들 사이에서의 의사소통, 정치, 인간관계 등에서도 공정성이 정상적인 사회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이고 정착시키는 과정을 겪었음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내용은 바로 인류 문명의 발전에서 협력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에 관해서다. 하지만 이 협력이 성립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큰 논의가 없었거나, 적어도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벤 펜턴의 책은 바로 이 점에서 독자들에게 더 큰 생각의 진전을 도와준다.

인류 문명이 오늘날처럼 큰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배경에 정신적, 물질적 가치 교환의 활성화가 핵심 역할을 했는데,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거래 당사자 간의 신뢰와 협력이 필요했고, 이 신뢰와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의 근간에 ‘공정성’이라는 개념이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요 논지다.

이 책이 전하는 또 하나의 주요 명제는 ‘경쟁과 협력의 균형’이다. 인류가 생존을 위한 경쟁에만 치중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고, 협력에만 몰두했다면 문명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인류가 다른 종보다 더 큰 번영과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를 ‘공정성을 기반으로 한 경쟁과 협력의 균형의 실현’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생존과 번영의 핵심에 공정성에 대한 감각이 있었고, 이것이 인류에게 있어 가장 큰 무형의 자산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현대사회에서 이 감각이 점점 무뎌지고 퇴색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세계를 갈등과 분열, 분쟁으로 물들이고 점점 심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한다. 여기에 가장 큰 부채질을 하고 있는 요인으로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그에 반비례하는 경쟁의식의 증폭을 들고 있다. 쉽게 말해 정보통신의 발달이 사람들을 협력과 상생보다 경쟁과 각자도생의 시대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사람들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공정 또는 공정성의 감각의 본래적 가치를 회복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 또는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것이 순진한 희망사항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에 대해 저자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연대하여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데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정치인들이나 경제권력을 쥐고 있는 이들에게 실질적 압박을 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들 사이의 이해관계 역시 공정성의 감각으로 결속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흥미로운 사실이다.

* 네이버 「북유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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