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역사 - 울고 웃고, 상상하고 공감하다
존 서덜랜드 지음, 강경이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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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동물과 비교했을 때 인간의 가장 특징은 생존해오는 과정에서 사회성와 언어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단순한 운동 능력으로 따지자면 동물보다 모자란 점이 많은 인간이 이렇게 비활동적 영역에서 키운 역량을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적-집단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최고의 능력은 바로 정보와 지식을 처리하는 방법, 즉 보존과 전달에서 빛을 발했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었겠지만 그중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이야기라는 형태로 지식을 재가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단순히 생존의 차원을 넘어 인간에게 존재의 의미 같은 철학적 문제 탐구나 즐거움 같은 오락적 차원에까지 충족감을 주게 되었다.

이야기라는 소통 방식은 훗날 ‘문학’이라는 형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 책이 초반에 제공하는 ‘연대표로 보는 문학의 역사’에 따르면, 문학의 기원은 기원전 20세기경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이것이 완전한 기원은 아닐 것이다. 현대 인류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서 기원의 의미를 갖는다.

이 책은 문학이 ‘허구 속에 진실을 품고 있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것이 포인트다. 정보나 지식, 그리고 진실 같은 추상적 가치까지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기 쉽게, 또는 생각하기에 용이하도록 도구화한 것이 바로 문학인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발달한 것이 또한 인간의 상상력 아니겠는가.

이 책은 신화에서 시작하여 오늘날의 전자책까지 그 내용과 형식에 있어 문학이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대략적으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원제에 ‘A Little'이라는 표현이 있는 것처럼, 전세계 모든 문학의 원천이나 흐름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주로 영어권을 다루고 있으며, 책 말미에 이르러 다른 지역의 문학을 조금 언급하는 정도이다.

책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으로는 제국주의 및 자본주의와 문학 융성의 관계를 밝힌 부분(강성한 국가가 더 많은 기록을 남기고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영미문학에 대한 자료가 방대하고, 거기에 따라 관련 연구와 저술이 더 많이 수밖에 없는 등의 내용), 그리고 위대하다고 칭송받는 문학인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가 그 장르 또는 서술 형식에 있어 후배들에게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부분이었다.

이 책은 얇은 편은 아니지만 각 챕터마다 분량이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그리고 원저자의 유머 넘치는 문장과 내용 전개가 독자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이런 특징을 잘 살린 번역가의 역량도 탁월하다고 생각되었다. 이런 색깔로 동양문학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룬 교양서가 한 권 나와준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 내가 몰라서 그렇지 이미 나와 있을지도 모르겠다.

* 네이버 「북유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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