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죽음
호세 코르데이로.데이비드 우드 지음, 박영숙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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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인간에게 필연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오히려 죽음이라는 현상 그 자체의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켜 죽음을 우울하거나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도록 훈련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역사적 흐름도 엿볼 수 있다. 그리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죽음은 꽤 자연스러운 것이다. 모든 것에 흥망성쇠가 있듯이, 사람의 생명도 다른 모든 자연물들과 같이 삶과 죽음의 순환에 참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인간의 특성과 자연의 본성에 순응하는 것이 결코 미덕이 아님을 주장한다. 꽤 오래전부터 죽음의 필연성에 의문을 품고 그것을 극복할 방법을 연구해온 사람들의 자취가 이 책에 담겨 있다. 그리고 그 근거로 과학과 경제라는 강력한 무기를 내세운다. 이 책의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죽음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둘째,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 셋째, 죽음을 극복하면 현재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죽음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저자의 주장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는데, 자연 상태에서 불멸의 상태를 보여주는 생명 현상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표적으로 생식세포라는 것이 있다. 인간에게도 있는 이 생식세포는 원리상 죽지 않는다. 체세포는 한계가 있는 세포 분열의 횟수가 다하면 사멸한다. 생식세포가 있는데도 인간이 영원히 살지 못하는 이유는 인간의 생체 시스템 자체가 노쇠하고 붕괴되면 그 틀 안에 있는 생식세포도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암세포다.

죽음이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노화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앞서 언급했던 생식세포와 같은 재생력이 인간 차원에서 조건만 갖춰지면 계속 재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노화를 늦추고, 노화를 되돌리며, 나아가 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치료적-관리적 개념으로 죽음을 극복하는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이 현재 위치하고 있는 노화과학의 현주소다.

그런데 이 책의 가장 큰 포인트는 다음에 있는 것 같다. 바로 사회경제적 이유다. 인간이 굳이 늙지 않는다거나 죽지 말아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은 현재 인류가 처해 있는 여러 가지 치명적 위험 - 예를 들어 경제위기나 환경, 기후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위험의 원인을 인간의 노화에서 찾고 있다. 따라서 노화 문제를 해결하면, 다시 말해 인간이 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런 근본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경제적 여건이 개선되는 것으로 그 효과를 지지한다.

인류 사회가 하나의 공동체 개념을 가지고 유지해온 지는 몇 세기도 되지 않았다. 이런 세계관이 유지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 있다. 단일화된 경제 시스템의 약점이 지금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데 이 해결책을 죽음의 극복, 즉 ‘죽음의 죽음’이라는 신산업 개척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이 책의 근저에 깔려 있는 기본 태도다. 이것이 옳은지 그른지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히 놓쳐서는 안 될 것은, 죽음 역시 경제와 그에 기반한 사회, 사회적 인간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그 의미나 가치를 획득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멸의 삶, 영원한 삶을 갈망하는 인류의 숙원 같은 문구는 그저 치장에 불과하다. 어쩌면 죽음의 죽음은 인간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무형의 생명체가 스스로를 위해 꾸는 꿈일지도 모른다.

* 네이버 「북유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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