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오류에 대한 철학적 안내서
호세 A. 디에즈.안드레아 이아코나 지음, 이상원 옮김 / 일므디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사랑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취한다. 철학에서 일반적으로 다루는 분야 중 인식론적 관점에서 사랑을 조명하며, 특히 이 사랑이라는 광범위한 개념 가운데서 에로스와 낭만적 측면에 대해 깊이 파고든다. 다시 말해 사랑의 인식론적 분석이 이 책의 기본적인 틀이다.

이 책은 먼저 사랑의 세 가지 경향을 소개한다. 첫째, 신체적 변화, 둘째, 성적 접촉, 셋째, 비정상적이고 기이한 행동이나 생각이다. 사랑을 하면 눈에 뵈는 게 없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가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해도 긍정적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랑하는 사람은 비이성적 믿음에 자주 빠진다는 명제가 성립한다. 무엇이 이런 성향을 만드는가도 이 책이 탐구하는 핵심 주제 중 한다.

사랑은 의지와 무관하다. 자신의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다. 하지만 사랑은 일관적이거나 계속해서 상승 곡선만 그리지 않는다. 사랑의 강도는 세졌다가 줄어든다. 이러한 불연속적 속성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나타나다. 두 사람의 사랑이 동일하지 않을 때다. 대체로 사랑은 그런 형태를 보인다. 그래서 사랑은 비대칭적이다. 사랑에는 연대감의 형성, 상대방을 염려하는 것 등의 좋은 요소가 있지만 여기에서 다루는 것은 좋은 사랑이 아니라 말 그대로 현실적으로 드러나는 날것의 경향이다.

이 책은 사랑에 빠진 사람이 근거 없는 믿음을 얻게 되는 방식에 대해서도 다룬다. 근거 없는 믿음은 곧 자기 사랑에 대한 정당화로 이어진다. 이러한 정당화를 통해 사랑에는 경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바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지적 실수를 다룬다. 다시 말해 사랑은 인식론적으로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랑에 있어서 인지적 실수의 대표적 경향으로 ‘합리화’를 드는데, 예를 들어 이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던 그 사람이 기대와 다르거나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초래할 때 이건 내가 알던 네가 아냐, 내가 사랑한다고 말했던 네가 아니라는 식으로 결론나는 경우가 있다. 결국 있는 그대로 타인을 사랑하는 일은 없다. 그저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상대를 규정하고 대했던 것뿐이다. 사랑이 깨졌을 때 나타날 수 있고 깨닫게 되는 가장 우울한 결말이다.

오늘날의 사랑은 너무 가볍다. 상대에 대한 인격적인 관심이나 존중보다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것에 너무 치우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쉽게 맺어지고 쉽게 이별한다. 이것이 정상적인 상황일까? 우리가 원시인이나 동물의 수준이라면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다. 그렇기에 에로스든 낭만이든 그 이전에 더 신중한 접근과 교류가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사랑에 빠지기 전에 그 사태를 최대한 대비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가이드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