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로스코 베이식 아트 2.0
제이콥 발테슈바 지음, 윤채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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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예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는 것이 피카소나 마티스, 몬드리안, 샤갈처럼 이름이 잘 알려진 화가들이다. 물론 미술에 좀 더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더 많은 작가들의 이름이 떠오를 테지만,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추상미술은 위의 사람들로 대표되며, 보편적인 이미지도 이 사람들의 작품들에 영향을 받아 거의 고정관념화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마크 로스코라는 또 한 명의 걸출한 추상예술계의 거장을 만나게 된다.

그의 작품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모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사상의 복잡성을 단순함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띤다. 명료함을 중요하게 여기기에 커다란 형태를 추구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시간을 초월한 주제를 중요시한다. 그래서 그의 후기 작품에서 신화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의 작품은 현실을 반영한 이미지보다 신념에 대한 구현에 더 초점을 둔다.

로스코의 작품은 모든 추상예술이 그렇듯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도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고 했으며, 낯익은 대상들의 사용을 주저한다고 했다. 나아가 로스코는 뿌리를 부정하지는 않았으나, 같은 추상표현주의 계열의 작품들과는 또 다른 차별화된 이미지의 구현을 추구했던 것 같다.

그는 회화 미술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회화를 드라마로, 그 안에 재현된 형상을 배우로 간주한다”라는 표현을 썼다. 회화라는 예술 행위 자체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표현된 이미지들을 그 바탕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처럼 인식한다는 의미 같은데, 이는 로스코가 그림을 ‘그리는 행위 영역’에 국한시키지 않는, 말하자면 문학에서 배웠던 공감각적 인식으로 대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뭉뚱그려진 각각의 색채들이 섞일 듯하면서도 각자의 경계를 지키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로스코의 작품들은 구체성이라는 요소와 직접적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데, 오히려 그는 “뼈와 살의 구체성을 결여한 추상이란 있을 수 없다”는 일종의 모순적 발언을 통해 자신만의 추상표현주의적 특징을 설명한다. 추상이란 용어 자체가 구체성과는 구별되는 개념 같은데 오히려 그 안에서 현실적인 감각을 이끌어내려 했다는 의도는 보통의 감각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그는 점점 색과 형태의 관계보다 비극이나 운명 등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더 관심을 기울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의 풍성한 색채 감각은 인간의 따뜻한 감정과 비극적이고 우울하고 슬픈 감정으로 뚜렷하게 나뉘는 느낌을 준다. 오렌지 톤의 밝은 작품들은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하며, 반면 어두운 톤의 갈색과 회색, 적색 계열의 작품들은 보기만 해도 우울한 감정에 젖어드는 느낌을 준다.

이 책은 한편 20세기의 시작에서 중반에 접어드는 회화예술의 역사에서 추상예술이 어떻게 발현되었고 전성기와 쇠퇴기의 과정을 거쳤는지 보여주는 역할도 한다. 물론 예술의 경향이란 돌고 도는 것이기에 완전한 쇠락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오늘날의 과도한 추상적 이미지들의 홍수 속에서 숨이 막힐 지경이라면, 이런 회화 예술의 한 축을 담당했던 추상예술의 정통 원류를 찾아가보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되고 미술을 보는 시각도 한층 체계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네이버 「북유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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