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철학자와 함께한 산책길 -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노학자 6인의 인생 수업
정구학 지음 / 헤이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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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 생활을 하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인생의 더 깊은 진리를 깨우치고자 하는 열망으로 각계의 전문가, 철학자들을 만나 남긴 인터뷰의 기록이, 바로 이 책의 내용이다.

철학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들어 봤지만, 저자로부터 들을 수 있었던 ‘철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또 익숙하면서도 특별한 느낌이 들어 여기에 소개해 본다. 저자가 설명하는 철학이란 ‘여러 가지 상황에서의 판단과 선택의 순간에,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기 위한, 근본과 기본에 대한 앎 또는 깨달음’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다소 모호할 수 있는 개념이나 명제를 현실적으로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요즘, 저자의 철학에 대한 이 정의는 귀에 착 붙는 깔끔한 설명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 책에 소개된 저자가 만난 각 분야의 인생의 대가들은 앞서 언급한 ‘근본과 기본을 깨달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의 특징에 대해 저자는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인생을 살아간”다고 표현한다. 아무래도 이 책에서 말하는 철학적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분들은 남들보다 더 많은 인생의 흔들림과 풍파, 선택의 순간을 ‘경험’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범주에 들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보다는 어느 정도 연륜이 쌓인 분들이 대다수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인터뷰 대상들의 대표적인 공통점이 바로 ‘어른’이라 불리는 분들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인터뷰 방식 또한 분명한 색깔이 있다. 저자는 ‘어른들’과 함께 산책하며 이야기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이 일련의 인터뷰에서 일어나는 지적 탐험의 과정을 ‘걷기⇨생각하기⇨이끌어내기’라는 사고체계로 정리했다. 이채로운 것은 여섯 명의 인터뷰이 중 다섯 명은 산책이 평소 습관으로 자리 잡은 분들인데, 고 이어령 선생은 산책은 즐기지 않았고 명상이 그 역할을 해온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어령 선생님과 산책을 하며 진행된 이 인터뷰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Let it be’의 가사가 떠오르는, 우주의 섭리에서 발견하는 무위자연적 삶의 태도, 칸트 철학의 핵심이 인간의 존엄성에 있다는 깔끔한 요약, 지식은 자연과 관한 것이고 지혜는 인생에 대한 것이라는 명확한 구분, 산업과 금융 등 물질을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를 넘어선 생명자본 개념의 필요성, 산업혁명 이후 보이는 가치에 치중한 데 따른 인문 정신의 붕괴와 그에 따른 사회의 경직화를 보이지 않는 가치로 보완하고 균형을 잡는 것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것 등이 이 책에서 배울 수 있었던 주요 지식 및 교훈이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인생의 문제를 유연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근본과 기본’이라는 무기를 완전히 갖추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일종의 ‘연단의 과정’ 즉 트레이닝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세상의 풍조에 휩쓸려 그것이 마치 자기 생각이나 개성인 양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지금 이 시대의 실상이다. 그런 안개 자욱한 세상에서 빛과 소금, 등불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를 이 책이 담고 있다고 한다면 과장된 생각일까?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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