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인터뷰 방식 또한 분명한 색깔이 있다. 저자는 ‘어른들’과 함께 산책하며 이야기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이 일련의 인터뷰에서 일어나는 지적 탐험의 과정을 ‘걷기⇨생각하기⇨이끌어내기’라는 사고체계로 정리했다. 이채로운 것은 여섯 명의 인터뷰이 중 다섯 명은 산책이 평소 습관으로 자리 잡은 분들인데, 고 이어령 선생은 산책은 즐기지 않았고 명상이 그 역할을 해온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어령 선생님과 산책을 하며 진행된 이 인터뷰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Let it be’의 가사가 떠오르는, 우주의 섭리에서 발견하는 무위자연적 삶의 태도, 칸트 철학의 핵심이 인간의 존엄성에 있다는 깔끔한 요약, 지식은 자연과 관한 것이고 지혜는 인생에 대한 것이라는 명확한 구분, 산업과 금융 등 물질을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를 넘어선 생명자본 개념의 필요성, 산업혁명 이후 보이는 가치에 치중한 데 따른 인문 정신의 붕괴와 그에 따른 사회의 경직화를 보이지 않는 가치로 보완하고 균형을 잡는 것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것 등이 이 책에서 배울 수 있었던 주요 지식 및 교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