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가장 현실적인 문제이면서도 삶의 중심 이슈로 부각되지 못하고 항상 뒤에 미뤄진 채로 방치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가 어떤 대형 사고나 사건이 발생해 그 현상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많은 관심을 받고 이야기의 주제로 자주 등장한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듯 죽음은 또 사람들로부터 외면받는다.
대부분의 죽음은 고통을 수반한다. 평안하고 안정적인 죽음을 보기는 쉽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편히 쉬듯, 잠이 들듯 죽음을 맞는 이상적인 모습은 드문 축복이다. 따라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순간에 경험하는 두려움과 공포, 분노, 부정, 불안, 괴로움, 고통 등은 거의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욱 강화한다.
저자는 이런 죽음의 패턴에 변화를 일으키려 한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저자는 죽음이 삶의 결과물이며, 죽음을 앞둔 고통의 시간은 정리가 필요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온전한 정리를 위해서는 적어도 고통으로 신음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돌봄이 필요하다. 줄어든 고통은 죽음을 앞둔 시간을 보다 인간적이고 존엄성을 지키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갖고 갈 것인가. 이에 대한 저자의 비유가 인상적이다. 죽음은 쪽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