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삶, 다시 말해 그의 경험과 사색을 통해 추출된 삶의 지혜가 녹아 있다. 헤세의 소설과 산문들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영향을 주는 것은, 그만큼 그의 삶과 세계에 대한 통찰이 설득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설득력이 있다는 것은 보편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며, 이것은 보통의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기준 혹은 설명서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책의 어떤 내용들이 그런 지혜가 빛을 띠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는 우선 분주한 삶의 위험성을 우려한다. 헤세가 살았던 시대는 우리 때보다는 좀 덜하지 않을까 싶지만, 모든 시대는 사실 오늘, 최신의 반복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분주함이란 조바심으로 가득한 삶을 말한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하고 싶은,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도록 계속 마음을 몰아가는 것이 시대를 초월한 사람들의 고집이요, 고통이다.

그래서 헤세는 ‘절제’를 강조한다. 절제는 모든 시류에 자기 자신을 내맡기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심리적, 시간적 여유는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것을 보게 하는 기회를 준다. 헤세에게 있어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자연, 생명의 변화와 그 아름다움, 아이들의 웃음, 초록의 정원 등이다. 이러한 사소한 기쁨들의 절대 가치는 절대 사소하지 않다. 사람을 늘 생기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사람들을 피로하게 하거나 피폐하게 하지 않는다.

헤세는 「행복」이라는 시를 통해 ‘행복을 찾아 헤매는 동안 그대는 행복해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한다. 내 곁에 있는 것, 나와 가까이 있는 모든 사람, 시간, 공간, 일들이 곧 행복의 재료가 된다. 어딘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이 가장 소중한 것, 즉 행복하게 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것은 네잎클로버와 세잎클로버의 교훈을 떠오르게도 하는 내용이다.

헤르만 헤세가 살았던 시기를 보면 인류가 경험할 수 있는 극단적인 감정이 모두 거쳐간 시기임을 알 수 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인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찬 시기가 있었는가 하면, 그런 노력들이 모두 헛것이라고 알려주기라도 하듯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이 터지면서 인간의 유한함과 문명의 허무함으로 휩싸인 시기도 있었다. 어디로 가야할 지 그 방향성을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즈음까지가 헤세의 인생 말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헤세도 많은 절망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세계가 너무나 부패하고 위태로워 보여서 그로 인해 인류에 대한 믿음과 협력에 대한 의욕을 상실해 버릴 지경”이라는 표현이 이를 잘 나타내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헤세는 완전히 실족하지 않고 인간의 ‘기뻐할 줄 아는 능력’에 희망을 걸었다. 무너진 폐허 속에서 핀 한 송이 꽃에 희망과 기쁨의 빛을 발견할 줄 아는 것이 또한 인간의 특별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쁨과 지혜, 감동, 재미를 통해 헤세는 존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한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런 감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요즘 많이 언급되는 ‘회복탄력성’ 또는 ‘회복력’이 헤세가 말한 능력의 현대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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