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우선 분주한 삶의 위험성을 우려한다. 헤세가 살았던 시대는 우리 때보다는 좀 덜하지 않을까 싶지만, 모든 시대는 사실 오늘, 최신의 반복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분주함이란 조바심으로 가득한 삶을 말한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하고 싶은,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도록 계속 마음을 몰아가는 것이 시대를 초월한 사람들의 고집이요, 고통이다.
그래서 헤세는 ‘절제’를 강조한다. 절제는 모든 시류에 자기 자신을 내맡기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심리적, 시간적 여유는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것을 보게 하는 기회를 준다. 헤세에게 있어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자연, 생명의 변화와 그 아름다움, 아이들의 웃음, 초록의 정원 등이다. 이러한 사소한 기쁨들의 절대 가치는 절대 사소하지 않다. 사람을 늘 생기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사람들을 피로하게 하거나 피폐하게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