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지도책 - 세계의 부와 권력을 재편하는 인공지능의 실체
케이트 크로퍼드 지음, 노승영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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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 대한 뉴스나 현상, 해설을 볼 때마다 항상 궁금한 점이 있었다. 인공지능도 하나의 기술에 불과한데 왜 마치 인간을 대체할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이 한 것’,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인공지능이다.

즉 인공지능은 사람이 만든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만든 기계 혹은 시스템이 인간을 대체한다? 이번에 번역 출간된 『AI 지도책』은 바로 이런 의문에 대해 폭넓은 내용을 다루고 있어, 인공지능에 대한 과도한 평가 또는 지나친 과소평가 양쪽 모두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의 방향성은 부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 잘 나타나 있다는 의미다. “세계의 부와 권력을 재편하는 인공지능의 실체”. 저자는 인공지능이 인간이나 동물처럼 어떤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거부한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은 주체나 목적이 될 수 없으며, 고도화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의견을 따라가 보면 인공지능이 자아를 갖게 되어 인간을 판단한다거나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이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마케팅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동 환경에서 인공지능의 영향력은 신세기의 노예 산업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이 스스로 뭘 할 것이라는 기대감보다는, 이미 그것을 활용하여 자본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사람들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 훨씬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 인공지능이나 그에 준하는 존재가 인간을 지배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때마다 든 생각은 ‘아니, 전선을 끊어버리면 그만일 텐데 왜 저런 고생을 하나’ 하는 것이었다. 물론 영화에서는 시스템이 위기를 감지하고 전력을 차단하려는 인간의 시도를 간단하게 물리친다. 그런데 그런 장면에서조차도 알 수 있듯, 컴퓨터와 네트워크로 구성된 인공물의 한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은 가상의 존재가 아니다. 비대면 시대는 컴퓨터나 키보드, 카메라, 마이크, 통신선, 전선 등 물리적인 조건이 갖추어져야 가능한 것이다. 하드웨어 없는 소프트웨어의 존재는 의미가 없다. 이 책이 그 부분을 제대로 짚어주고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위해 지구의 어느 부분이 철저히 파괴되고 오염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회적 취약 계층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낱낱이 밝힌다.

이 책을 읽어보면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 지니는 의미가 얼마나 과장되었던 것인지 알 수 있다. 거기서부터 온갖 상상들은 말 그대로 상상일 뿐이고, 실제로 인공지능은 특정 계층의 부와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인공지능의 문제는 곧 인터넷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극적으로 실현시켜 줄 것이라 기대되었던 인터넷이 실은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 밝혀진 이 시대에, 인공지능은 수많은 사람들을 데이터 단위로 쪼개 더욱 비인간적인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전초 기지 역할을 할 뿐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하게 한다. 어떤 SF 영화에서 인간을 배터리처럼 소모하여 시스템을 돌리는 줄거리를 본 적이 있는데, 사실 지금 이 시대는 그 초기 버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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