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 인공지능이나 그에 준하는 존재가 인간을 지배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때마다 든 생각은 ‘아니, 전선을 끊어버리면 그만일 텐데 왜 저런 고생을 하나’ 하는 것이었다. 물론 영화에서는 시스템이 위기를 감지하고 전력을 차단하려는 인간의 시도를 간단하게 물리친다. 그런데 그런 장면에서조차도 알 수 있듯, 컴퓨터와 네트워크로 구성된 인공물의 한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은 가상의 존재가 아니다. 비대면 시대는 컴퓨터나 키보드, 카메라, 마이크, 통신선, 전선 등 물리적인 조건이 갖추어져야 가능한 것이다. 하드웨어 없는 소프트웨어의 존재는 의미가 없다. 이 책이 그 부분을 제대로 짚어주고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위해 지구의 어느 부분이 철저히 파괴되고 오염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회적 취약 계층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낱낱이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