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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협력한다
디르크 브로크만 지음, 강민경 옮김 / 알레 / 2022년 11월
평점 :
지구에 생명이 가장 처음 출현한 시기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견해가 다르겠지만 대략 40억 년 전 쯤으로 합의가 되어 있다. 아주 원시적인 형태의 생명체가 탄생한 것을 시점으로 지구에는 초기 단계의 생태계가 조성되었을 것이다. 마치 지구가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지표면 위아래로 뻗은 생태계 네트워크는 수십 억 년을 그렇게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며 지속되어 왔다.
사실 약 20만 년 전부터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류의 존재가 지구에 그렇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는 없다. 지구 입장에서는 짧은 순간 스쳐가는, 접촉사고만도 못한 존재가 인류다. 하지만 인간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의미를 부여한다. 지구를 정복했다느니, 지구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느니, 생태계를 회복해야 된다느니 하면서 온갖 난리법석을 떤다. 하지만 지구의 역사를 돌아보면 한 종이 다른 여러 종을 멸종시키거나 심대한 영향을 끼친 경우는 흔하다.
공룡만 해도 무려 약 1억 6천만 년 동안이나 지구 위에 지배적 존재로 군림했지만 운석이 충돌하고 이에 따른 기후 변화로 인해 약 10만 년에 걸쳐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명 종이 탄생하고 멸종하는 사건은 수도 없이 반복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좀 더 영향력이 있는 종과 거기에 피해를 입는 종 등의 약육강식 관계는 일반적인 자연 현상이었다. 하지만 영원한 지배는 없었으며, 어떤 형태로든 지구는 새로운 옷을 주기적으로 갈아입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인간의 운명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인류가 아무리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다른 생물 종을 멸종시키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처를 형편없이 하여 자멸을 스스로 재촉하는 등 온갖 사건 사고를 일으켜도 지구 입장에서는 그저 지나가는 흔적일 뿐이다. 여기에서 영속적인 것은 기본적인 지구의 생태학적 연결망뿐일 것이다. 지구의 자연 혹은 생태 시스템이라는 패턴만이 지금 인류에게 닥친 위기의 유일한 해법이 되는 이유다.
이 책은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인류의 온갖 상황들, 정치, 경제, 군사, 사회, 문화, 환경 등 온갖 일들이 서로 연결된 상호작용의 결과일 뿐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패턴의 기원을 자연에서 찾는다. 자연 현상에서 파생된 인류가 만들어내는 온갖 규율과 질서, 파행은 그저 자현 현상의 모방일 뿐이다.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것들이 사실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주며 균형과 조화를 찾아간다는 것, 이것에 계속 역행하는 인류의 행보는 결국 종의 자멸을 촉진시킬 뿐이라는 것을 강력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자연현상과 사회현상 사이의 연관성과 공통점을 알아채고 그 근본을 탐구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로 다른 현상 사이의 공통점을 탐구하여 인류가 직면한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을 총체적 접근이라는 방식을 통해 모색한다. 이른바 복잡성 이론 또는 복잡계 과학이라고 하는 인류의 아이디어는 지구의 가장 대표적인 특성인 시스템적 속성에 대한 가장 지혜로운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자연 현상보다는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세계의 속성이 얼마나 자연 현상의 섭리와 닮아 있는지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섭리를 따를 때와 따르지 않을 때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혜안을 얻을 수 있다. 자연 생태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네트워크적 관점은 이미 과학적으로 규명된 사실이다. 그리고 이 자연 안에는 인간의 온갖 인위적인 것들도 포함된다. 따라서 인위는 없다는 것, 모든 것이 자연 법칙 안에 붙잡혀 있다는 것을 여지없이 확인시켜주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