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모든 것
휘프 바위선 지음, 장혜경 옮김, 한지원 감수 / 심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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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대한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우선 본인의 삶이 망가졌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기억이 희미해지고 기능이 저하된다. 지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가족과의 관계도 점점 나빠진다. 특히 당사자도 완전한 망각 상태가 아니라면 우울증과 불안감, 자괴감 등으로 괴로울 것이지만, 보살펴야 되는 가족의 생활이 높은 확률로 무너져내려가는 것을 우리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 목격한 바 있다.

치매를 온전히 현대적인 질병으로 볼 수는 없다. 고대 문헌에도 치매를 연상하게 하는 기록들이 남아 있다. 현대인들이 더 많은 치매 사례를 목격하고 또 치매 위험에 높은 확률로 노출되어 있는 이유는 평균 수명이 늘어서 그런 것이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치매 발병률이 높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인구 대비 고령층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높은 치매 발병률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점점 인류 사회의 치명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즉 이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노쇠화나 질병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될 사안이 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치매가 그리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심한 증세가 있는가 하면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유지 가능한 증세도 있다. 또 유전적인 이유로 걸릴 수도 있지만, 환경적인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발견이 늦어지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가슴 아픈 결말을 기다리기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면서 초기에 발견하게 되면 죽을 때까지 관리 가능한 수준의 사례도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치매에 대한 새로운 관점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치매 환자와의 소통과 관련된 것이다. 치매 환자와 소통한다는 것은 마치 일반적인 언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과 소통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언어 장애나 청각 장애처럼 보통의 언어로 소통할 수 없는 경우 필담을 나누거나 수화를 통해, 또 몸짓이나 발짓 등의 제스처를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치매 환자와의 소통도 치매 환자와 공유 가능한 소통 도구를 익히는 것으로 일상에서의 안정적인 정서적 공감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치매 문제는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답을 요구받는 과정인 것처럼도 느껴진다. 왜냐하면 치매는 개인의 문제이면서 가족의 문제, 또 사회의 문제이면서 인류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류가 번영할 수 있었던 것은 협력이라는 강력한 생존 도구를 발견해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데 있다. 그런데 치매 같은 질병은 인간에게 사회구성원으로서 자기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겨 준다. 지금 사회는 이들을 전 인류적 차원에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직 합의를 하지 못한 상태로 보인다. 가족 아니면 요양원, 이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는 것이 그 증거다.

이 책은 치매의 정의와 진단, 영향, 대처법 등을 단순하게 다루지 않고, 여러 문학 작품이나 문헌 등의 기록을 인용하면서, 치매가 우리 삶에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때문에 좀 더 의연하고 솔직한 자세로 치매 문제를 대해야 함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누구나 치매에 걸릴 수 있다. 누구나 때가 되면 수명을 다해 죽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치매에 대한 인식과 접근법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에 관한 친절하고 효과적인 안내서가 될 것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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