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제시하는 치매에 대한 새로운 관점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치매 환자와의 소통과 관련된 것이다. 치매 환자와 소통한다는 것은 마치 일반적인 언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과 소통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언어 장애나 청각 장애처럼 보통의 언어로 소통할 수 없는 경우 필담을 나누거나 수화를 통해, 또 몸짓이나 발짓 등의 제스처를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치매 환자와의 소통도 치매 환자와 공유 가능한 소통 도구를 익히는 것으로 일상에서의 안정적인 정서적 공감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치매 문제는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답을 요구받는 과정인 것처럼도 느껴진다. 왜냐하면 치매는 개인의 문제이면서 가족의 문제, 또 사회의 문제이면서 인류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류가 번영할 수 있었던 것은 협력이라는 강력한 생존 도구를 발견해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데 있다. 그런데 치매 같은 질병은 인간에게 사회구성원으로서 자기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겨 준다. 지금 사회는 이들을 전 인류적 차원에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직 합의를 하지 못한 상태로 보인다. 가족 아니면 요양원, 이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는 것이 그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