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인생이 다 그렇겠지만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기 자기만의 개성이나 고집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고유의 특성들은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듯, 또는 이루어야만 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겉돌기만 할 뿐이다. 상대를 매우 의식하고 있는 듯하지만 결국 극복하지 못한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야기다.
인간이 진정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 혹은 시대는 나와 너가 엄격히 구분되고 또 그 구분을 의식하면서 이해관계를 통해 조율되는 세상이 아니라, 나와 너가 공유하고 있는 것, 그리고 다름을 통해서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과 협력이 가장 큰 삶의 즐거움임을 늘 일깨워주는 세상일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답답하고 비극적인 현실은,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는 유토피아를 결코 만들어낼 수 없다는 진리를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