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 2022년 뉴베리상 100주년 대상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도나 바르바 이게라 지음, 김선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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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는다면 대부분 과학자들이 정의한 관점에서 답을 할 것이다. 과학자들이 밝혀낸 세상은 과거 그리스의 철학자인 데모크리토스가 생각해낸 ‘쪼개고 쪼개다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질의 최소 단위를 가리키는 원자에 준하는 물질을 계속해서 새롭게 밝혀낸 역사에 근거하여 정의된 세상이다. 그리고 이 정의는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생물과 무생물을 모두 포함하는 물질세계에 적용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에서는 이것 말고도 또 다른 존재의 본질을 생각해냈다. 바로 ‘이야기’다. “세계는 원자가 아니라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미국의 시인이자 사회활동가인 뮤리엘 러카이저라는 사람이 한 말이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나온 답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람은 물질적인 것만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는 의미다. 단지 유전자를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스스로에게 삶의 의미를 덧붙인, 독특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라는 소설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가상의 미래 세계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을 소재로 잘 담아내고 있다. 이 소설은 먼저 더 이상 살 수 없는 조건이 된 지구를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 속 시대를 기준으로 가장 최신의 기술이 적용된 우주선을 타고 일군의 사람들이 ‘세이건’이라 부르는 행성으로 이주하려는 것이다. ‘세이건’이라는 이름은 칼 세이건의 이름에서 따온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계속 읽어나가는데 분위기가 조금씩 이상해진다.

지구를 떠나 인간이 다시 번성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는 아이디어는 이미 많은 작품들에서 사용된 소재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을 들 수 있겠다. 철저한 계산으로 새로운 행성을 발견할 때까지 세대를 유지할 수 있는 인원을 최신의 기술이 집약된 우주선으로 이주시키는 계획이 실현된다. 엄격한 기준에 의해 선발된 탑승자들, 한동안 순조로운 우주 항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감정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 때문에 결국 파피용 공동체는 파국으로 치닫고 마는 극히 공상과학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엮어내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역시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을 찾는 것처럼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원인은 조금 다르다. 정기적으로 지구를 찾아오는 혜성 하나가 태양풍으로 인해 궤도가 바뀌어 지구로 돌진하게 되는 설정이다. 절멸의 위기에서 종 보존을 위해 인종이나 건강 상태, 전문성 등을 고려한 최적의 인류를 선발하여 다른 행성으로 이주시키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주인공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기억’에 관한 것이다.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대를 이어 전달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인간의 기억하는 능력은 그 전달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를 주도하는 세력은 그 방식을 부정한다. 그리고 이 억압적인 상황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주인공을 통해 펼쳐지는 장면 하나하나가 흥미진진하다. 새로운 행성에 터를 잡게 될 인류는 새로운 종의 특성을 주장하는 무리가 될까? 아니면 지금까지 인류를 지탱해온 이야기라는 무기를 보존한 ‘호모 나랜스’들의 차지가 될까?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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