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제어 - 뇌 과학과 시간 감각
마르크 비트만 지음, 강민경 옮김 / 일므디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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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머리말에서 “우리는 시간 그 자체다”라는 표현을 쓴다. 시간에 대한 인간의 감각은 두 가지로 나뉜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시간이 먼저고, 그다음으로 시간을 대상화하여 객관적으로 지각하거나 분석한다. 일상적으로 느끼는 시간에 대한 감각은 대체로 주관적 상태로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주관성이라는 것도 그 사람의 상황, 예를 들어 외부 환경이나 내적 심리 상태에 따라 같은 길이의 시간이라 해도 천차만별의 시간 감각으로 나타난다.

시간에 대해 인류가 대체로 합의한 특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과거, 현재, 미래의 구분이다. 물론 현대물리학의 관점에서는 이 순서가 반대로 나열되어도 무관하다. 그만큼 시간이란 개념은 단순하게 정의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우리는 이 시간을 우리의 경험을 통해 인지한다. 그래서 이 책은 인간의 다양한 경험 사례에서 시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은 뇌과학과 심리학의 영역을 아우르며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알려준다. 먼저 ‘만족 지연 결정’에 대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만족 지연 결정이란 시간을 고려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쉽게 이해하자면 우리가 자주 들었던 ‘마쉬멜로 테스트’를 떠올리면 된다. 우리는 만족 지연 능력을 통해 특정한 시간 동안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능력은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간 지평’과 ‘시간 조망’이라는 개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시간 지평은 “미리 내다볼 수 있는 시간의 한계”를 의미하고, 시간 조망이란 “인생 전체라는 긴 시간을 보는 관점”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인간의 시간에 대한 인식이 삶의 전반적인 볼륨을 얼마나 크고 풍성하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그리고 현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까지 현재의 영역에 끌어들여 삶의 질을 얼마나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또 하나의 주목되는 내용으로는 ‘시간 분해 능력’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일어난 시간 순서대로 인식하거나 분별 또는 기억할 수 있는 감각을 말한다. 여기서 ‘뇌의 박자’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과학적으로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눈앞에 보이는 현실의 속도가 느껴지는 방식에 관한 개념이다. 보통 특정 사건이나 상황에서 시간이 굉장히 빨리 간 것처럼 느껴지거나, 너무 느리게 가서 괴로웠던 경험을 떠올리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개념이다.

흥미로웠던 내용으로는, 시간적인 순서를 인식하는 능력과 지능 지수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어떤 일을 느리게 인지하거나 처리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지능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정보에 대한 이해 및 처리 속도와 지능을 연결시키는 관념은 근대적 산물이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일률적인 기준에 사람을 맞추고자 했던 사고방식이 IQ 테스트 같은 편향적인 지능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책은 시간 감각이 개인의 감정 상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느끼는 시간이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며, 오직 경험과 감각 차원에서 접근하고 분석하고 정의할 수 있는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간 제어’라는 책 제목 때문에 뭔가 특별한 기술 같은 것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실제 내용은 그 이상의 지식과 철학, 실용적인 지혜를 전달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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