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크라시 - 극우의 반란, 미국 민주주의의 탈선
전홍기혜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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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히 5대 5는 있을 수 없지만 대략적인 균형을 이루어지는 미묘한 차이가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면서 동시에 사회를 발전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약점은 아이러니하게도 공산주의의 그것과 닮아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지배계층이 어떤 상태냐에 따라 사회가 급격히 혼란스러워지고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현재 미국에서, 또 우리나라에서 목격하고 있는 정치사회적 현상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 시스템인지 확인시켜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가 다른 어떤 대안보다 낫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미국의 정치사회적 현실이 우리에게는 무엇보다도 큰 타산지석이 된다. 이 책을 보면 포퓰리즘에 영합한 미국 정치인들의 잘못은 지금의 공화당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 이전에 민주당의 실정이 더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에 대한 반동이 트럼프 현상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저자가 설명하고 있는 “백인 우월주의에 기반한 극우 포퓰리즘”은 다양한 형태의 변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 시스템의 혜택을 누리는 대중이 역설적이게도 선동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미국의 소중한 가치인 자유와 그것을 기반으로 사람들이 지지하고 있는 개인주의가 일그러진 형태로 코로나를 더 확산시켰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최근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하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선거제도 중 하나인 선거인단 제도의 불합리함과 현실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개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우리와 달리 각 주가 중앙정부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연방국가이기 때문에 현재의 체계에서 이미 분할된 여러 가지 권력이나 재정적 이해에 따라 쉽게 합리적인 선거제도로 개편되기 힘든 이유를 알 수 있다.

인종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탄압,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통제 등 이전의 미국 사회에서 완전히 해결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계속되고 있던 모습들이, 오히려 정치적 환경이 더 퇴보하면서 사회문화적인 차원으로까지 그 악영향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기술의 발전은 대중을 더 지혜롭게 만들기는커녕 여론몰이의 수단으로 전락한 미디어에 의해 더 우민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코로나19라는 대혼란의 한가운데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최전선에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현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한 기자의 생생한 근거리 목격담이 담긴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현재 세계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자료이자 정보로서 충분히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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