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 - 40년 동안 숲우듬지에 오른 여성 과학자 이야기
마거릿 D. 로우먼 지음, 김주희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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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 서두에서 고마운 사람들에게 전하는 짧은 글에서 ‘여덟 번째 대륙’에 대해 언급한다. 여덟 번째 대륙?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지금 지구인들이 분류하는 대륙의 구분에 따르면... 아시아, 유럽,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남극... 그리고 다음을 말하는 건가? 하지만 여덟 번째 대륙에 대한 정보는 금방 나오지 않는다. 이런 궁금증을 먼저 독자에게 안겨주며 책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나무다. 저자도 “평생 행성을 지키는 영웅”인 나무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나무의 중요성과 함께 우리 존재와 왜 떼놓을 수 없는 존재인지를 알려준다. 이러한 메시지가 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함께한 저자의 이력과 함께 최초의 ‘나무탐험가’란 호칭이 부여되기까지 자연 생태계에 대한 일관된 애정과 노력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서문에서 동료 과학자인 실비아 A. 얼이 재미있는 표현을 쓴다. “45억 년이 걸려 형성되었으나 45년 만에 망가진 자연 생태계”라는 표현이다. 사실 이 표현은 굉장히 인간 중심적이다. 4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파괴되는 자연환경 때문에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것은 인간이라는 사고방식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이 자멸하여 사라진다 해도 지구에는 그다지 큰 의미 있는 사건이 아니다. 45억 년이 걸려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의 모습이 만들어졌듯, 또 묵묵히 오랜 시간을 들여 예전의 모습, 혹은 자연의 섭리에 의해 프로그래밍된 지구의 모습으로 돌아가거나 변화될 뿐이다.

사실 인간이 망가진 자연환경을 돌보고 생태계의 생물 다양성을 회복시키는 일은 일종의 속죄라고 해야 옳다. 얼마나 많은 생물종이 인간에 의해 멸종되고, 자연환경이 바뀌고 파괴되었는가. 인간의 생존을 전제로 한 인간의 노력은 결국 지구를 위한다는 모든 시도를 자기 기만으로 만들 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런 사고의 흐름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까?

저자가 말하는 여덟 번째 대륙은 바로 나무 꼭대기, 다시 말해 나무의 높은 부분이었다. 그곳은 미지의 공간이었다. 역사상 인류의 접근이 매우 어려웠던 미개척지는 다양했고, 지금도 여전히 많다. 대표적으로 심해를 들 수 있겠다. 우주 공간도 마찬가지다. 최신식 전자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초미시세계도 그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볼 때 나무 꼭대기 역시 인류에겐 알려진 것이 많이 없는 미지의 대륙임에 틀림없다. 이곳은 지구가 살아 숨쉬는 특별한 행성임을 더욱 분명히 증명하는 생명 순환의 보고다. 특히 열대지방의 매우 큰 키를 자랑하는 나무들이 감춰두었던 세계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차원의 경이를 보여주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책이 묘사하는 나무의 세계는 지구생태계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무 가장 아랫부분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새로운 세계가 거듭 펼쳐진다. 그 풍경의 변화는 문장으로는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감격을 추측하게 하며,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한다.


이 책은 자연 생태계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상식이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그리고 아무리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다고 해도 끝끝내 다 알아낼 수 없는 신비한 지구라는 존재의 광대함을, 인간의 입장에서 얼마나 경외감과 존중심을 가지고 대해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만든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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