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1
나카노 교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한경arte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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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TV에서 방송하는 ‘예썰의 전당’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화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라는 작품을 다루면서 작품의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합스부르크왕조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시청한 적이 있다. 중세부터 20세기 초까지 무려 650년에 걸쳐 오랜 기간 명맥을 유지해온 합스부르크왕조의 역사는 비슷한 기간을 지나온 조선왕조의 역사를 떠올리게도 한다. 모든 왕조의 역사가 그렇듯 처음 시작할 때는 다양성과 확장성을 바탕으로 한 개혁적 특징을 보여주지만 말기에 이르러서는 폐쇄적이고 획일적이며 심지어 비이성적인 경향을 보이며 스러져가게 마련이었다. 합스부르크왕가도 이 패턴을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다.

파란만장한 왕조의 역사는 현대사에 끼친 지대한 영향 못지않게 예술가들에게도 주된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 책의 컨셉은 합스부르크왕조를 주제로 한 작품들, 그중에서도 명화로 오늘날까지 기억되는 유명한 작품들의 해설을 통해 합스부르크제국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다. 합스부르크 문화는 독일어권에 속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독일어권 합스부르크 계통에서는 자신들이나 자신들을 지배한 왕조를 다룬 명화가 드물다고 한다. 따라서 저자는 자신이 다룬 작품들의 경향이 문화사적으로 편향을 보일 수도 있음을 밝히고 있다.

합스부르크가의 기원은 10세기 말 무렵 스위스 북동부의 시골에서 등장한 약소 호족으로 본다. 영지 찬탈 전쟁이 빈번했던 시대에 지역에서 어느 정도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던 합스부르크가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라는 자리를 차지하는 기회를 통해 역사에 뚜렷한 이정표를 남기는 첫걸음을 떼게 된다.

우리가 유럽사를 배울 때 자주 들으면서도 그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던 ‘신성로마제국’이란 표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 점이 좋았다. ‘제국’은 “여러 민족과 국가를 통합한 군주국”을, ‘신성’이란 “로마 교황이 왕관을 씌워주며 가톨릭의 맹주임을 보증”했다는 의미라고 한다. 다시 말해 “가톨릭의 권위와 고대 로마제국의 계승을 결합한 상징적 호칭”이라는 것이다. 직접적인 부와 권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으나 당대에 “절대적인 심리적 위엄과 권위”는 엄연히 존재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특정한 누군가가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꺼렸던 선제후들은 교황의 재촉에 마지못해 자기들이 보기에 가장 무능한 사람을 고르게 되는데, 그가 바로 합스부르크 백작 루돌프라는 인물이었다.

선제후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루돌프는 사실 야심이 있었고, 그만큼의 저력을 감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당대 최고의 유력자였던 보헤미안의 왕 오타카르 2세를 물리치고 황제의 자리를 지켜낸다. 루돌프 1세의 활약으로 합스부르크가는 앞으로 650년 동안 누릴 영광의 걸음을 순조롭게 내딛을 것으로 보였지만, 왕의 계보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150년 뒤의 일이 된다. 그만큼 치열했던 중세의 권력 다툼을 엿볼 수 있다.


합스부르크왕조의 리더들은 비록 자신들의 가문이 신성로마제국의 옷을 입고 영광을 누리고 있었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자신들의 가문을 더욱 드높이고 힘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었다는 특징이 있다.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는 세계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650년 역사를 12편의 명화를 중심으로 풀어낸 독특한 컨셉의 책이다. 이 책은 한국경제신문 한경BP의 문화예술 브랜드인 한경arte 출판사에서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의 첫 번째 주자로 나왔다. 앞으로 동일한 구성으로 부르봉, 로마노프, 잉글랜드, 프로이센 역사가 출간될 예정이다. 차기 시리즈에서는 또 어떤 위대한 작품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게 될지 자못 기대가 된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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