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우리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 뇌를 스캔하는 신경과학의 현재와 미래
존-딜런 헤인즈.마티아스 에콜트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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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자못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의문도 든다. 도대체 생각을 읽어서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물론 최소한 상대방의 의도나 기분을 파악하여 상황에 맞는 말이나 태도를 취하는 것은 인류의 오래된 생존 전략 중 하나였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기술로서 여전히 유효한 삶의 방식이다. 그런데 이것은 지나칠 필요가 없다. 어느 정도까지 상대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인간에게 내재된 기초적인 능력, 즉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상의 것을 알아내려 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할 때 뇌의 활성을 스캐너로 관찰할 수 있게 된 2000년대 초 이후로, 생각 읽기가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발돋움했다고 한다. 요즘 출간되는 수많은 뇌과학 관련 책들이 바로 이 기술이 실현되고 나서 쏟아진 뇌과학 연구 자료에 근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질문도 떠오른다. 특정 생각을 할 때 모니터에 떠오르는, 뇌의 위치가 번쩍거리는 활성화 표시가 정말 그 생각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인지, 아니면 크게 포괄적으로 구분되는 감정의 범위 중 하나를 나타내고 있다고 대략적으로 알려주는 것에 그치는 것인지 말이다.

뇌와 정신의 연관성, 다시 말해 우리가 뇌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우리의 육체와 정신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뇌 안에 정신이나 마음, 영혼의 핵심이나 근원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 추정하기 때문이다. 뇌를 연구함으로써 정신이나 영혼의 문제까지 완전히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일원론자, 정신과 육체는 근본적으로 별개의 영역에 속해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원론자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과학자들은 일원론을 지향하고, 일반 대중들은 이원론에 생각이 기울어져 있다.

이 책은 흥미로운 질문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뇌와 사고 세계(정신)는 협력 관계인가, 아니면 뇌 과정이 곧 생각인가? 저자는 정신세계와 신체(뇌 활동)가 따로 또는 부분적으로 독립된 것이 아니라 일원론적 정의가 과학적으로 옳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즉 뇌 활동을 통해 사람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하는 뇌의 활성화 상태를 보여주는 fMRI(기능적 자기공명 단층촬영) 이미지는 그 자체로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일종의 패턴, 그러니까 이 책이 설명하는 개념인 생각 코드를 분석하기 위해서 컴퓨터의 힘을 빌려야 한다. 컴퓨터가 분석할 패턴은 수많은 데이터의 총합으로 형성된다. 그 데이터는 바로 우리의 생각의 조각들이 여러 겹 합쳐진 것과 비슷하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뇌 과학 기술로는 사람의 생각에서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읽어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단순한 형태의 단일 정보나 두 가지 이상의 정보의 조합으로 나타나는 패턴을 보편적인 단위로는 분간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아직까지 공상과학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측정 장비가 지금보다 더 발전하면 읽어낼 수 있는 정보의 양이나 밀도는 더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기술적인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기술이 실현되었을 때, 그것이 사회에 유익하게 사용되고, 나쁜 사람들에 의해 악용되지 않도록 윤리적으로나 제도적으로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뇌 과학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이 비슷한 궤도를 그리고 있다는 느낌을 계속 받게 된다. 인공지능 기술 역시 미디어에서 노출되는 이미지와 달리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점, 그리고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 기술과 아직은 먼 미래에나 구현 가능한 기술이 뚜렷이 구분된다는 점, 무엇보다 이것이 사회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미리 세심한 윤리적·제도적 환경을 구축해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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