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커먼스 - 유전자에서 디지털까지, 인류 빅 히스토리를 통한 공간의 미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정도서
홍윤철 지음 / 포르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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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호모 커먼스’는 공유적 방식의 삶을 사는 인간을 의미한다. 저자가 이러한 정의를 내린 사고 과정이 흥미롭다. 첫 질문은 ‘나는 무엇인가’로 시작한다. 객관적으로 자기 자신을 분석할 때 그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최소한의 단위가 바로 유전자다. 이 유전자를 지닌 가장 작은 생명체가 바로 미생물이다. 인간의 몸은 미생물 집합소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또한 이 미생물들은 인간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나라는 존재는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미생물들과 몸을 공유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복합생물체적 관점에서 저자는 ‘나라는 존재’의 본질을 공유성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 공유성은 현실적으로도 목격된다. 인간의 사회성이 그 증거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타인과 무엇을 함께 하는 것, 즉 공유하고 공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오랜 세월 체득해 온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간은 처음 태어날 때 매우 약하게 태어나는 쪽으로 진화했다. 그렇게 돌봄이 필요한 존재로, 또 성인이 되어서는 어리고 약한 다른 개체를 돌보는 존재로 종의 보존과 번영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개체로서 또 집단으로서 인간은 말 그대로 ‘호모 커먼스’ 그 자체일 수밖에 없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이런 공동체적 생존 기반은 인류라는 범위에 한정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환경 위기나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 재해의 원인과 그 경과를 돌이켜보면, 결국 인간의 이런 공유적 속성은 자연 생태계까지 확장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저자는 인간의 공유적 속성과 공동체를 위하는 경향 같은 것의 기원을 유전자의 공유에서 찾는다. 초기 생명체로부터 시작되어 오늘까지 이르는 유전자의 위대한 여정에서 가장 큰 신비는 모든 생명체가 일정 이상 유전자를 공유해왔다는 사실이다. 이런 인식을 좀 더 깊이 파고들면, 우리가 코로나19와 흔들리는 글로벌 시스템이라는 위험 요소를 겪으며 탄생한 개념인 뉴노멀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멸종하지 않고 계속 생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최소한 인간이 지구에 대한 독점적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공유성은 곧 이타성과 연결된다. 저자는 “호혜적 이타성”이 인류 공동체가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으로 본다. 이러한 기본적 생존 전략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게서도 발견되는 특성이다. 인간이 특별한 것은 내가 보답받을 확률이 지극히 낮은 상황에서도 이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타성을 “비호혜적 이타성”이라고 하는데, 생물학적 요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특성이다.

인간의 공유성이 두드러지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감정의 영역이다. 구체적으로 우리가 ‘공감’이라고 부르는 현상인데, 흥미로운 것은 이 공감 능력이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저자의 설명이다. 즉 우리의 공감 능력이 사물이나 현상, 풍경 등 자연 환경과 세계, 우주라는 나를 둘러싼 외부와도 연결될 수 있는 특성이라는 것이다.

과학기술 혁명 이후 인간은 세계에 대한 주도권을 가진 것으로 착각했다. 그리고 경쟁이라는 생존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전략이라고 여겼다. 그것이 착각이라고 광범위하게 인식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인간과 자연, 후에 추가된 문명까지 각 요소 간의 상호성은 일찍이 확립된 우주적 섭리 또는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문명이 위기를 맞았을 때 이 법칙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던 배경으로 공유성이 어떻게 부각될 수 있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인간이 지각하는 공유적 속성이 위기에 빠진 자연생태계와 문명생태계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회복의 열쇠임을 알려준다. 나아가 인간이 새롭게 개척한 인식과 존재의 공간인 디지털이라는 가상 세계 역시 동일한 원리가 적용되어야 함을 말한다. 공생과 공존, 상호협력이 우주 역사상 최고의 전략이자 가치라는 깨달음이 지구에 살고 있는 각각의 사람들에게 피부로 와닿는 시점이, 바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평화와 균형, 조화가 이상적인 상태를 이루는, 빅뱅에 버금가는 대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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