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타임』은 특수한 상황, 다시 말해 시간과 빛에 대한 감각을 차단한 상태에서 인간이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실험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약간의 함정은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15명의 실험 참가자는 자발적으로 참가한 것이다. 비자발적 상태에서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단순히 시간과 빛만 차단된 게 아니다. 동굴이라는 공간의 특성, 그곳은 습도가 100%, 섭씨 10도라는 아주 불쾌하고 괴로운 상태를 포함한다. 시간에 대한 차단은 시계를 가져가지 않는 것으로 성립된다. 이 실험에서 기존의 시간관념이 배제되는 대신, 각자의 생체리듬이 시계의 역할을 대신한다.
‘시간 개념을 초월하는 모험’은 한 가지 질문을 이끌어낸다. 바로 “완전히 바뀐 세상에서 우리 인간은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가?”이다. 이 책은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40일이라는 기간 가운데서 인간이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 하나가 불러오는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것은 협력이 인류를 지금까지 생존하게 하고 지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생명체로 만들어준 사실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