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타임 - 빛도 시간도 없는 40일, 극한 환경에서 발견한 인간의 위대한 본성
크리스티앙 클로 지음, 이주영 옮김 / 웨일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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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이룩한 최대의 업적은 바로 시간과 공간, 즉 시공간의 상대성을 규명해냈다는 것과 함께 빛의 절대적 특성을 더욱 확실히 입증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에게 있어,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시간은 절대적인 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이것은 생각보다 쉽게 증명된다. 인류가 시간대를 구분하고 시계를 발명한 것은 긴 인류의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문명의 발전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게 만들어준 인터넷의 발명이다. 아무리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신체적 요소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인간은 서로를 바로 곁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기술을 갖게 된 것이다. 이것은 인류에게 독특한 시공간 감각을 갖게 했다. 그리고 이 감각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것처럼 여겨져왔다. 팬데믹이 우리에게 준 교훈은 이 감각이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것이다.

『딥 타임』은 특수한 상황, 다시 말해 시간과 빛에 대한 감각을 차단한 상태에서 인간이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실험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약간의 함정은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15명의 실험 참가자는 자발적으로 참가한 것이다. 비자발적 상태에서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단순히 시간과 빛만 차단된 게 아니다. 동굴이라는 공간의 특성, 그곳은 습도가 100%, 섭씨 10도라는 아주 불쾌하고 괴로운 상태를 포함한다. 시간에 대한 차단은 시계를 가져가지 않는 것으로 성립된다. 이 실험에서 기존의 시간관념이 배제되는 대신, 각자의 생체리듬이 시계의 역할을 대신한다.

‘시간 개념을 초월하는 모험’은 한 가지 질문을 이끌어낸다. 바로 “완전히 바뀐 세상에서 우리 인간은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가?”이다. 이 책은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40일이라는 기간 가운데서 인간이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 하나가 불러오는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것은 협력이 인류를 지금까지 생존하게 하고 지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생명체로 만들어준 사실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우리의 시간과 일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팬데믹이나 자연재해, 전쟁 같은 전혀 다른 삶의 조건에서 시간과 일상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이런 고민이 없으면 코로나 팬데믹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계속 혼란스러울 것이다. 시간과 일상이 정해진 틀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언제든 다른 형태로도 존재할 수 있고, 우리는 거기에 적응할 수 있는 연습이 되어 있어야 한다.

저자는 “시간의 개념을 잃어버린 무질서한 상황 같은 조건 속에서 인간의 집단적인 행동 능력을 이해하는 것이 실험의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시간의 개념을 잊은 채 자발적으로 고립되어 생활했던 실험이 역사적으로 몇 가지 있었다. 하지만 집단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이런 탐구가 실천된 것은 거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딥 타임’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환경에서 여자와 남자가 뒤섞여 시간 개념을 초월해 머무는 실험을 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남자들끼리 또는 여자들끼리의 실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자연적인 빛을 차단하고 인위적인 시간 개념이 배제된 상황에서도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실천적으로 탐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했고, 참가자들도 어느 정도 어려운 상황이 있을 거라는 예측을 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가 주목되는 이유는 이러한 실험이 하나의 훈련이 된다는 것이다. 또다시 팬데믹 혹은 그와 유사한 전 지구적 돌발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더구나 이 책은 바로 그런 상황 한가운데서 시도된 실험이기에 더욱 흥미로웠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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