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예술 작품이란 미리 작품이 제작된 배경이나 제작자의 성향, 이야기 등을 알고 보면 확실히 그 작품의 진가가 다르게 다가오거나 보다 정확한 감상을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독의 즐거움이란 것도 있듯이, 그 감상이 특별히 여러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라면 작가의 의도와 다른 전혀 엉뚱한 감상을 하게 되더라도 무엇이 그리 잘못일까? 오히려 그런 엉뚱한 감상과 평가가 작품의 내적 풍요로움을 더 확장시키고 작품의 외연을 확대하는 계기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책 초반에 소개된 부분적으로 유실된 조각 작품 두 점만 해도 그렇다. 날개를 펼친 승리의 여신 니케상과 밀로의 비너스상은 로마 시대의 조각 작품들이 넘치는 시대에 발굴되어 오히려 그 희소성으로 돋보인 케이스다. 그런데 완전한 상태로 발견되지 않아서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었다. 얼마전 방송에서도 소개되어 그 예상 복원도가 공개되기도 했던 밀로의 비너스는 오히려 복원하지 않고 훼손된 그대로 두는 것이 더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합의가 되었다. 그런 결정은 누가 내리는가? 애초에 작가의 의도에 완전히 배치되는, 작가의 의견은 조금도 반영되지 않은, 원작과 시대의 관점이 결합되어 새로운 가치를 획득한 대표적인 경우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