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과잉 생산과 소비의 출발점을 세계화에서 찾는다. 세계화의 핵심은 무엇보다 인간과 원료의 공급에 있다. 이 말은 서구 기준으로 후진적인 문화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노동력을 낮은 임금으로 쓸 수 있다는 것과, 복지를 비롯한 최소한의 인간적인 노동 환경조차 외면하면서 착취하는 과정을 통해 최대의 이익을 뽑아내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세계화된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아닌, 금전적 이익을 앞세우는 정치적 결정이 불러온 세계를 의미한다. 우리는 그런 세계에서 살고 있다. 그런 세계에서 힘을 쥔 자들은 주로 글로벌 노스로 대변되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세계화는 승자와 패자가 명백히 구분되는 권력관계를 보여준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가려내며, 힘 있는 자가 결정을 내리고, 힘없는 자들은 피해를 보는 구조다. 이 책은 세계화라는 현상이 과연 인류에게 있어 답이 될 수 있는지 심각하게 묻고 있다. 오히려 세계화는 자본주의의 깊어가는 불평등을 전 세계로 퍼뜨렸다는 점에서 인류를 더욱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한다.
저자는 오늘날의 소비 사회에서 필요와 만족의 관계가 뒤집혔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예전에는 필요한 것을 생산하고 소비했지만, 이제는 끝없는 이윤 추구 논리에 따라 만족의 조건을 설정하고 거기에 맞춰 사람들의 심리를 몰아 소비 행위에 빠지게 만든다. 즉 사람들은 자연적 필요를 넘어서는 소비 욕구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