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 - 절박하고도 유쾌한 생물 다양성 보고서
프라우케 피셔.힐케 오버한스베르크 지음, 추미란 옮김 / 북트리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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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윤리적 성취라 한다면 단연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깨달음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세상은 인간이 없어져도 아무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지구의 자연환경이라는 관점에서는 인간이 없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지경이다. 인간의 삶이 생물 다양성이라는 지구의 생명 시스템에 의존하여 진화하고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인간이 그 시스템을 오염시키고 파괴하여 지구의 자정 기능을 돋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거의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 들 때, 이번에 출간된 『모기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는 꽤나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이 전하는 중요한 통찰 중 하나는 인간 역시 하나의 시스템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물 다양성은 비단 지구에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한 사람의 존재도 그런 무궁무진한 생명체의 삶의 터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프랙탈 구조처럼, 인간이 하나의 소우주로 묘사되는 것처럼, 지구와 인간은 상호조화를 이루는 것은 단순히 개념적인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다양한 자연적, 인위적 재앙들이 어떤 의미에서는 희망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파악하고 고쳐나가려는 습성은 본능이기 때문이다. 지구가 보여주고 있고, 인간이 느끼고 있다. 인간과 생태계 어느 하나 우위를 논할 수 없는 가치체계라고 할 수 있다. 서로를 보호한다는 개념이 좀 더 보편적으로 인식되어야 할 필요성을 생각하게 한다.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고 지구, 우리의 삶의 터전이 생명이 살아가기에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 과연 도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자연의 대척점에 있는, 자연과 대립되는 인상을 주는 도시가 오히려 생물 다양성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도시 사이사이에 녹지를 조성하여 다양한 생물들이 번식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인간은 새로운 개념으로서 푸른 지구, 자연을 품은 녹색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이미 몇몇 도시가 그런 생태도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니 전혀 허황된 말이 아니다.


인간과 여타 다른 생물들의 공존을 위해 빠른 변화와 발전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기술 분야가 바로 에너지다. 에너지의 수요가 점점 늘고 있는 만큼 거기에 비례하여 친환경적으로,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보존하는 기술이 요구된다. 사실 여기에는 경제적 관점이 핵심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맷 데이먼이 참여한 물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의 생존과 생물 다양성을 모두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가장 인간적인 활동인 경제적 해법으로 가능함을 보여준 바 있다.


완전히 박멸해야 할 것만 같은 모기, 바퀴벌레도 지구라는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균형과 조화가 생물 다양성을 유지시키며, 인간을 더없이 이롭게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얻게 되는 가장 가치 있는 인사이트라고 할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다. 모든 생명과 사물은 다 소중하다. 이런 인식이 곧 인간의 미래를 보다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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