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읽는 사도신경
윤석준 지음, 한동현 그림 / 퓨리탄리폼드북스(PRB)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기독교가 가장 문제되는 지점은 바로 기독교의 교리와 현실 교회가 보여주는 불균형에 있을 것이다. 기독교 교리란 성경이 알려주는 기독교라는 종교적 진리의 핵심 내용들을 주제별로 정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사실 교리라고 할 것도 없이 한국 기독교는 거의 맹신적인 집단에 가깝다. 왜냐하면 강단에서 선포되는 설교의 내용과 깊이가 천편일률적이고 단순한데 반해, 그마저도 교인들에 의해서 제대로 곱씹어질 여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근본적인 문제를 메꿔보겠다고 각종 프로그램을 돌리고 별별 수를 쓰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기초조차 제대로 다지지 못하고 있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사도신경’은 기독교 역사에서 형성되었던 많은 신앙고백들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내용들이 잘 간추려진 정수 중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신앙고백이자 교리이다. 손바닥 하나에 들어갈 정도의 내용밖에 되지 않지만, 성경이 알려주는 가장 중심이 되는 메시지가 이 고백문 안에 들어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것은 기독교의 성부, 성자, 성령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는 내용이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 인류의 죄를 담당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이 진리를 깨닫게 하고 궁극의 종교적 목표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적용되도록 역사하시는 성령님에 대한 고백이 사도신경에 담겨 있다.

성경은 기본적으로 신이 인간을 어떻게 구원하는지에 대한 원대한 계획이 인간들의 수준에서 이해될 수 있는 이야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적은 양이 아니다 보니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요약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교리이고, 그 교리를 바탕으로 한 순수한 신앙 고백문이 바로 ‘사도신경’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도신경조차도 그 의미를 깊이 묵상하고 또 연구해야 진정한 신앙의 깊이를 맛볼 수 있을 것인데, 교회가 그런 훈련을 교인들에게 시켜주지 않는다. 대부분의 성경공부가 피상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대체로 성실하게 예배에 출석하고 행사에 참여하며, 헌금을 잘 내면 신앙생활을 잘 하는 것으로 인정해준다. 기독교가 개독교라고 욕먹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이런 본질과 동떨어진 종교 생활을 교회가 교인들에게 장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기독교인들에게 예배의 장소, 기도의 장소, 신과 동행하는 장소는 물리적인 공간에 한정되어 있는 게 아니다. 자기가 있는 바로 그 장소가 모두 교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연합이 바로 교회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천막 밑에서 모여 성경 읽고 찬송하고 설교 들어도 최고의 교회가 될 수 있고, 으리으리한 건물 안에서 폼 잡으며 예배 의식을 치르고 있어도 썩은 내가 진동하는 시궁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바라보고 있는 ‘지하철’이라는 공간은 그 어느 곳보다도 기독교의 진리가 구현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공간일지도 모른다. 예수님이 활동하시고 최선을 다해 성부의 뜻을 구현하려 한 곳이 바로 길거리였기 때문이다.

신앙생활은 곧 일상생활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것을 ‘신학의 일상화’라고 표현한다. 신학을 깊이 공부하지 않는 교인이라 하더라도, 한국어로 번역된 사도신경의 문장 하나, 개념 하나하나를 차근차근 생각할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것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해설하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은, 기독교 신앙의 차원을 한 단계 높여줄 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지하철이라는 상징적인 일상의 공간이 어떻게 예배와 기도, 찬양과 묵상의 장소로 탈바꿈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