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다뤄지는 주제는 제한이 없는 것 같다. 인류의 시간 범위나 라스코 동굴 벽화, 에어컨, 인터넷, IOS노트앱, 쿼티 자판 등 문명 및 기술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대상들처럼 인류세의 특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항목들이 있는가 하면, 핼리 혜성, 석양, 소금 평원, 시카모어 나무 등 인류세의 특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들도 끌어들이고 있다.
저자는 인간의 힘이 가진 모순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류가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과 그것을 사용함으로써 발생한 영향이 확실히 인류를 위기로 몰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 역시 인류가 지닌 힘이라는 것이다. 우주적 관점에서 인류의 멸망, 혹은 지구라는 행성에서의 이탈은 필연적인 수순이나, 그것은 너무 먼 훗날의 일이고, 우리가 당장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아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인류의 대처에 대해 별 한 개라는 점수를 주기를 꺼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