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 게임 - 세상에 없던 판도를 만든 사람들의 5가지 무한 원칙
사이먼 시넥 지음, 윤혜리 옮김 / 세계사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개념이 있다. 우선순위를 통한 효과적인 시간관리 방법으로 잘 알려진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라는 것이다. 보통 중요도와 시급성으로 꼭 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하는 방법이다. 중요하고 긴급한 일,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 중요하지 않지만 긴급한 일의 순으로 할 일의 가치를 매기는 것이다. 당연히 중요하지도 않고 긴급하지도 않은 일은 직접 할 일에서 제외시킨다. 이 개념이 떠오른 이유는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두 가지 개념, 즉 ‘무한게임식 사고방식’과 ‘유한게임식 사고방식’이 비슷한 가치기준을 공유하고 있다고 느껴서이다.

책 제목이 『인피니트 게임』인 만큼 저자는 당연히 무한게임식 사고방식과 실천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한게임식 사고방식이 만능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세상 일은 유한게임적 요소와 무한게임적 요소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모두가 함께 이익을 얻고 행복할 수 있는 궁리를 하는 사고방식을 ‘무한게임식 사고’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화가 개인, 기업, 사회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알기 쉬운 예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예를 들면서 무한게임식 사고와 유한게임식 사고가 어떤 차이를 낼 수 있는지 설명한다. 단기적인 성과와 시장 점유율 등의 수치적인 이익에만 치중한 경영자로 인해 빌 게이츠가 구축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 정신과 근간이 흔들리고, 무한게임식 사고방식으로 무장한 애플에게 시장에서 역전당하는 과정은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 혹은 생태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관점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좋은 예가 되었다.

이 책은 또한 녹색평론사에서 출간되었던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라는 책도 생각나게 했다. 이 책이 말하는 유한게임식 사고는 곧 성장 중심의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가장 최고의 가치기준을 ‘성장’에만 둘 때 우리는 행복할 수 없다. 경쟁, 승자, 패자라는 구조는 결국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사회든 어떤 하나의 주체는 영원히 성장하지 못한다. 흥망성쇠가 있다는 말이다.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특히 요즘처럼 예기지 않았던 사태로 인해 반사이익을 누리며 급성장한 기업들은 앞으로 역풍을 맞을 확률이 높다. 물론 ‘성장’에 기준을 둔다면 말이다.

무한게임 사고방식의 참여자는 플레이를 지속하는 것 자체를 목표로 한다. 게임 전체에 유익한 효과를 부르는 선택을 해나간다. 이들은 경쟁하지 않는다. 이기고 진다는 개념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세계 구성원 전체에 영향을 줄, 도움을 줄 무언가를 궁리한다. 따라서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기업은 사람들에게 팔 수 있는 상품이 아닌 사람들이 사고 싶은 상품을 만드는 데 관심을 둔다. 만드는 사람, 판매하는 사람, 사는 사람, 사용하는 사람 모두가 이득을 취하는 구조를 선호한다. 단기적 성과에 목매지 않는다. 다음 분기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바라보는 사고방식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사회와 국가에 선한 영향을 끼친다.

저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압도하는 가치에 헌신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유한게임식 사고방식은 이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러하다. 이러한 불균형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자기만 생각하게 하며, 성공의 기준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적용하면서 세상을 기만하게 한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그것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모든 행위를 게임에 비유한다. 하지만 그 게임은 일반적인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다.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시스템, 모두가 삶의 보람을 느끼고 행복할 수 있는 세계관으로 설정된 게임이다. 이 게임의 규칙에서 경쟁이나 승리 같은 개념은 극히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미한 수단에 불과하다. 이는 더 큰 관점에서, 더 큰 가치를 추구하는 게임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