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든 이기주의든 그 중심에는 자기 중심의 사고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자기만의 고유한 개성 혹은 성격을 강조한다. 아니면 최소한 나는 다른 사람한테 휘둘리지 않는다 혹은 다른 사람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시크하고, 쿨하게 보이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아무리 천상천아유아독존류의 자존심 혹은 자신감을 내세워봤자 사람은 사회라는 시스템을 벗어날 수 없다. 다시 말해 어떤 개인이든 다른 사람의 영향 혹은 외부 집단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개성을 강조하거나 타인에게는 무관심하다는 듯 자기 중심주의의 말이나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모순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성경에는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의미의 격언이 있다. 어떤 것이든 그 이전에 존재했던 것을 기반으로 해서 변형이 되거나 합쳐지거나 감해지는 방식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창의적이거나 독창적이라는 말에 이끌리고, 그런 감각을 발산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리고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은 자신이 무슨 새로운 가치나 의미를 만들어낸 것처럼 거들먹거린다. 이들도 앞서 언급한 자기만의 멋에 빠져 드는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 전부 타인 혹은 사회의 부산물에 빚지고 있는 존재들이다.
이 책은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진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욕망’에 관한 문제다. 첫 페이지부터 읽어가다 보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표현이 ‘욕망’, ‘모방 이론’, 그리고 ‘르네 지라르’다. 저자는 모방이론으로 유명한 르네 지라르의 사상과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의 욕망이 실은 하나도 우리 내면에서 비롯된 게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것은 저자 자신의 경험에서 입증되는 통찰이기도 하다. 욕망이 내면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 외부의 다른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깨달은 저자는 그 정체가 무엇인지 밝히는 데 힘을 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