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 컬처 - 우리 세대가 갈망하는 새로운 내일
요하네스 하르틀 지음, 김희상 옮김 / 나무생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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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로 인한 문명의 발전에 따라 19세기 이후 인류는 단기간에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단지 물리적인 환경의 변화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 정서적인 부분에서 과거의 사람들과 지금의 사람들은 전혀 다른 인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기본적인 부분에서는 시간을 초월하는 공통성이 여전히 작용하겠지만, 살아가는 방식이나 태도, 미래에 대한 전망 같은 부분에서는 확연히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

특히 인생의 모든 영역이 자본주의와 물질 및 기술만능주의를 기반으로 한 합리성에 완전히 잠식되어 실용성과 효율성이 가장 바람직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분위기가 손꼽을 수 있는 변화의 양상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고 있듯이 물질적 번영이 곧 정신의 풍요와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매일 미디어를 통해, 우리 삶을 통해 목격하거나 체험하고 있다. 이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내면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본능적인 그리움이나 상실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리움이나 상실감은 모두 본래 가지고 있었어야 할 무언가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상태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하지만 자본과 물질, 기술 기반의 합리성 혹은 맹목적성이 사람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감각은 일찌감치 날려버리고, 오히려 날 때부터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더 강화하고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보기에 인간은 여전히 무언가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리고 겪어보지도 않았던 과거 어느 시점의 에덴과 같은 이미지를 떠올린다. 인간은 어째서 과거를 에덴 혹은 낙원의 이미지로 미화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 현상을 인간 존재가 가지는 근원적인 갈망이 담긴 영향으로 파악한다. 생명친화적인 미래의 이미지는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미소를 짓게 하는 감각이다. 물론 세파에 시달리며 감정이 메마른 어른들, 일찍부터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에게는 아주 빠른 시점에 빼앗기는 감각이기도 하다.

스티븐 핑커나 지금은 고인이 된 『팩트풀니스』로 잘 알려진 한스 로슬링 같은 사람들은 객관적인 수치를 근거로 들어 세상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통계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질적인 조건이 나아졌다는 것이지 실질적인 행복, 다시 말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정신적 건강을 기반으로 한 행복이라는 관점에서는 더 열악해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곧 물질의 풍요와 정신의 빈곤이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저자는 저 19세기 초반의 러다이트 운동을 일으켰던 사람들처럼 비이성적인 과거 회귀론자가 아니다. 그는 인간성을 지키면서 경제적 풍요와 정신적 행복의 양립이라는 희망을 이야기하려면 우선 헛된 희망을 가려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 고유의 특성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지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쩌면 환경오염이나 기후변화보다 더 큰 본질적인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통찰은 여기에서 빛을 발한다. 역사상 인류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중요한 가치 셋을 제시한다. 그것은 곧 결속, 의미, 아름다움이라는 지향의 토대 위에서 인간성을 지키며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전통에의 비전이다. 이것이 곧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사회성과 종교, 창의성과도 연결된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우리가 꼭 지켜야 하는 것,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 이런 질문에 얼마나 중요한지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과거의 첫 에덴은 이런 질문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순종하거나 불순종하는 두 가지 선택권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야 할, 혹은 돌아가야 할 에덴은 그 성립 조건이 더 까다롭다. 하지만 기꺼이 그 까다로움에 동참해야 할 이유를 알려주는 것이 신간 『에덴 컬처』가 지닌 미덕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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