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개념이 들어서기 이전의 인류는 자연환경에서 적당히 몸을 피하고 쉴 곳을 발견했다. 동굴 같은 장소가 그에 해당한다. 그러다가 우리가 학교에서 보았던, 선사시대의 움집 같은 것이 만들어졌다. 디스커버리채널 같은 데서 아무 도구나 지원 장비 없이 내던져진 탐험가가 주변의 자연물을 이용해 셸터를 만드는 그런 방식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사례를 통해 인류의 초기 조상들이 경험했던 최적의 삶의 공간에 대한 감각이 일종의 본능적 그리움으로 내면화되어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집은 인간에게 위로의 공간이기도 하다. 피로한 몸을 쉬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모된 정신적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안식의 장소이기도 한 것이다. 요즘처럼 외부 환경과 차단된 인공적 고요함이 아니라, 자연과 연결된 집의 의미를 돌아본다. 마치 시골집이나 마당 있는 집에서 경험할 수 있는 비 오는 날의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바람 소리, 나무라도 한 그루 심어져 있으면 거기에서 떨어지는 열매나 떨어지는 잎사귀 소리가 만들어내는 치유의 힘이 있는 고요함을 상기시킨다.
공간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변화를 일으킨다. 그것은 ‘억제’나 ‘여유’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존엄과 가치를 최적으로 지킬 수 있는 적정 공간의 면적을 확인하고 실제 삶에 반영한다. 너무 큰 집에 살았던 사람은 집 사이즈를 줄인다든지, 집 구성원의 형편에 따라 가장 필요한 집의 형태를 구현한다. 저자가 발견한 최적의 생활 면적은 12평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