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인류학적 관점에서 목소리가 의미를 지닌 의사소통 수단으로 어떻게 발전했는지 짚어본 다음 본격적으로 사회학적, 정치적, 인문학적 관점으로 목소리의 기능과 효용을 따지는 부분은 바로 우리 시대의 사건들과 연결되어 있어 더 집중하게 한다. 특히 역사의 흐름을 바꾼 연설로 평가되는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 처칠의 영국 하원 연설, 루즈벨트의 노변담화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해 대중에게 행하는 기술로서의 목소리의 특징은 키케로의 연설 기술을 다룬 저서까지 거슬러올라가 폭넓은 지식의 향연을 맛보게 하고, 인간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특정 행동을 하게 하는 목소리의 힘을 실감나게 한다.
목소리의 사회적·정치적 기능을 다루는 부분에서 또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바로 오바마 대통령의 사례가 보여준 풍성한 언어적 배경과, 그가 정치 활동을 하면서 대선 주자로 거듭나는 과정이나 임기 중에 대중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이런 특성을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능력이었다. 반대로 어쩌면 축복받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오바마라는 사람의 이런 조건들이, 트럼프처럼 자격이 충분하지 않지만 대중 선동에 능한 사람으로 하여금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 데 도움을 주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더불어 모든 종에서 목소리는 집단 내 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수단을 하는데, 사회성이 없는 파충류가 목소리를 가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런 목소리의 특성에 힘을 실어주어 흥미로웠다.
이것과 연결되어 주목되는 내용은 목소리와 민주주의와 독재의 관계를 조명한 부분이다. 목소리가 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일종의 메신저 기능을 하는데, 이것이 악용되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히틀러의 대중연설이다. 히틀러의 목소리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특징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흔들고 그의 의도대로 집단 최면에 빠져 선동될 수 있는지 밝히는 과정은, 진화인류학적으로 서로 협력하고 의지하면서 생존력을 키운 인류가 같은 방식으로 얼마든지 파멸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경종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