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말하는 ‘시선’이라는 개념도 앞서 살펴본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보고 어떤 의견을 가지거나, 누군가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도 우리 스스로의 주관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쉽게 말해서 누군가의 의도 혹은 문화적 영향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대사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기술로 인해 연결의 밀도는 높아졌지만 소통의 밀도는 현저하게 옅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빈약한 토론문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간 대 인간의 대화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인간 대 인간의 대화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타협하거나 설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대화나 토론은 그런 것 없이 자기 이야기만 하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의 주제인 시선에서도 마찬가지 경향이 드러난다. 서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또한 자기만의 편견이나 학습된 선입견으로 일관한다.
저자는 시선의 자유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시선의 자유는 곧 자기형성과 정체성의 자유이며, 해석의 자유를 의미한다. 이러한 자유는 학습된 자유가 아니라 스스로 학습한 데서 비롯된 깨달음으로만 가능하다. 이렇게 형성된 주관은 상상력과 함께 상대에 대한 존중도 겸비하게 된다.